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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닥쓰담 Jul 10. 2020

외향형과 내향형의 말하기

#6  나는 어떤 성향인가? : 외향형/내향형


그렇게까지 할 말이 없지는 않아요


내향형은 원래 말수가 적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말이 없기 때문은 아닐 수도 있다. 외향형과 대화를 나눌 때 내향형은 어떻게 느끼냐면, ‘나는 테니스를 치는데 상대방은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 나는 한 박자 바운스를 먹고 공을 쳤는데, 치자마자 ‘톡’ 하고 셔틀콕이 날아온다. 주워서 치려고 하는데 또 ‘톡’ 날아온다. 그렇게 계속 셔틀콕만 줍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아내는 남편이 너무 말을 안 해서 답답하다. 연애할 때는 남편의 과묵하고 사려 깊은 성격이 좋아보였는데, 결혼을 해서 함께 살다 보니 ‘해도 너무한다’ 싶다. 원래 과묵한 사람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살긴 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말 상대를 안 해주는 것이 서운하다. 

그러던 어느 날, 명절이라 시가에 가서 하룻밤 자게 되었다. 아내는 아기를 재우느라 일찌감치 방에 들어갔고, 남편은 오랜만에 만난 여동생과 둘이서 식탁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내가 아기를 재우면서 가만히 들어보니, 시누이만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남편도 말을 한다! 

아내는 얼른 나가서 자리에 끼어들었다. “계속 얘기해봐. 나도 궁금해. 당신이 어떻게 지내는지 나도 궁금하다고. 아, 왜 내가 나오니까 말을 못 하고 웃기만 해? 나는 그동안 세상에… 말을 못 하는 사람인 줄 알았지 뭐야. 나하고만 말 안 하는 거였어?”
남편은 아내 말을 들으며 계속 웃기만 한다. 시누이도 웃기만 한다. 그렇게 계속 아내 혼자 떠들다가 “이제 그만 들어가 자자” 하고 자리를 파했다. 

아내는 그날 이후로 더 서운하다. ‘왜 나한테는 한 번도 그렇게 길게 말을 한 적이 없는 거지? 나는 말 상대가 안 된다는 건가?’     


아내는 남편이 말을 안 한다고 서운해하는데, 남편은 아내와 대화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이 남편은 ‘아내가 말을 잘해서, 아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게 더 좋다’고 했다. 돌려 말했지만 핵심은 ‘아내가 말을 잘해서’에 있다. 남편이 말할 기회가 없는 것은 아내가 단지 말을 많이 해서만도 아니고, 말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만도 아니다.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말을 받아주지도, 기다려주지도 않고 주제나 소재를 자꾸 가로채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특히 이런 사람을 만나면 내향형은 대화를 하기가 어렵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 동안의 공백을 ‘대화가 끊긴다’고 보지 않고 그 공백까지도 대화로 보는 내향형의 대화법을 이해하면 내향형에게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내향형이 힘들어하는 것은 ‘말하기’ 자체가 아니라 어쩌면 ‘끊김 없이 말하기’ 또는 ‘생각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갑자기 말하기’일 것이다. 한 시간짜리 강연은 청산유수로 하면서 인터뷰에서는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마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어떤 주제가 있고, 그것이 자기의 관심 주제여서 평소에 그 주제에 관해 정리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리고 상대방이 중간에 말을 가로채지 않고 기다려준다면 내향형도 막힘 없이 긴 시간 동안 이야기할 수 있다.      


내향형은 정해진 주제 없이 ‘그냥 말이 나오는 대로 주고받는’ 대화를 힘들어한다. 그래서 특별한 용건이 없는 안부전화를 아주 힘들어한다. 딱히 할 이야기가 없는데 공백 없이 말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내향형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흔히 ‘안부전화 한 통 하는 게 뭐 그리 힘드냐’고 말하지만, 내향형인 며느리나 사위에게는 그게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다.      




반대로 외향형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힘든 일이다. 외향형은 간혹 어떤 자리를 파하고 나서 뭔가 손해를 본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앞으로 이런 자리에서는 말을 아끼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만약 엄격한 내향형 부모에게서 자랐다면, 어렸을 때 ‘말부터 앞세우지 말라’는 지적을 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외향형이 말을 많이 하게 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외향형은 어떤 일이 ‘나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보다는 그것이 ‘외부에 어떤 가치로 드러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가 외향형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당연히, 모두로부터 인정받는 권위나 실력, 영향력을 갖고 싶어 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이나 인기를 얻고 싶어 한다. 


이러한 무의식적인 열망이 있기 때문에 외향형은 주변으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지 못하면 불편함과 불안감을 느낀다. 그러면 자기도 모르게 주변의 인정과 관심을 받기 위해 뭔가 더 어필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인정받지 못했을 때, 내향형은 위축되지만 외향형은 ‘뭔가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뭔가를 더 한 딱 그만큼’이 항상 문제가 된다.) 



“제가 정말로 끝까지 해내기를 바라신다면


자기의 성과나 가능성에 대해 장황하게 말할 때 주변 사람이 무시를 하거나 핀잔을 주는 것은 외향형에게 생각보다 훨씬 큰 상처를 주고,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외향형이 뭔가를 유난히 장황하게 설명하거나 과장해서 자랑할 때는 그만큼 외부로부터의 관심과 응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외향형에게는 엔진 시동을 걸 스위치가 자기 내부에 있지 않고 외부에 있다. 또 그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있게 해주는 연료도 자기 외부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외향형은 어떤 일을 하기에 앞서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게끔 시동을 걸어줘”라고, 당연하고도 꼭 필요한 요청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외부의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그 일에 동력을 얻지 못하고, 그 일 자체를 위한 노력보다 우선 동력을 얻으려는 노력에 힘을 쏟게 된다.      


외향형이 어떤 일을 끝까지 해서 성과를 얻기를 바란다면 주변에서는 그 엔진을 자꾸만 꺼버릴 게 아니라 반대로 끊임없이 점화를 해줘야 한다. 장황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격려하고 응원해줘야 한다. 외향형에게는 이런 게 꼭 필요한 동력이기 때문이다.      


내향형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일에 대해 주변에서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기대를 해주면 당황스럽고 부담스럽고, 심한 경우는 아예 다 그만두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외향형은 아니다. 상대방의 반응을 통해 동력을 얻는 외향형에게는 적극적인 반응을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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