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나는 그만 퇴근길 지하철에서 왈칵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엄마는 왜 이리도 쉽게 내 울음을 터뜨리는 걸까.
그런 날이 있다.
별 거 아닌 일들이 치덕치덕 덧발려서 별 일이 된 날, 그렇지만 별 일 없는 듯 버텨야 하는 날.
그날도 별 것 아닌 일들이 쌓여서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직장에서는 코로나로 계속 변경되는 일정을 조율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하필 의견이 다른 두 팀의 중간에 껴서 괜히 난감해졌다. 심지어 교육원에서 내 작품을 합평받는 날이라 긴장됐는지 하루 종일 소화도 안 됐다.
이런 자잘 자잘한 일들이 켜켜이 쌓여 위태로운 돌탑이 되어 있었다.
꼭 그런 날, 엄마는 귀신같이 알고 연락을 한다.
서울과 부산, 450km의 물리적 거리는 가뿐히 무시한 양,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모를 내 마음을 알아채고선 별 일 없냐고 담담하게 묻는다. 홀로 안간힘 쓰지 않아도 된다고 손 내밀듯, 따뜻한 뱃속에 품고 있을 때부터 차가운 세상에 내놓은 지금까지 엄마는 항상 네 편이란 걸 알려주듯.
그러나 서른을 두 달 앞둔 29.9세는 괜한 하소연으로 엄마를 걱정시킬 나이는 아니기에 담담한 척 대답한다.
아마 엄마는 알아차렸을 것이다. 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하는 큰딸이 잘 지내는 척한다는 걸. 실은 서울에서 길 잃은 아이가 엄마를 애타게 부르고 있다는 걸. 그래서 한 마디 더 보탠다.
나는 그만 퇴근길 지하철에서 왈칵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엄마는 왜 이리도 쉽게 내 울음을 터뜨리는 걸까. 엄마의 한 마디가 꽃잎처럼 사뿐 내려앉았을 뿐인데 위태롭게 쌓여있던 돌탑은 꽃잎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난 어른의 탈을 벗어던지고 다시 열 살로 돌아가 아이처럼 울어 버렸다.
샤인머스겟은 아마 샤인머스켓보다 오백 배는 더 달콤할 거다.
분명 눈물이 날 만큼 달콤해서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먹다 울어도 창피하지 않을 그런 맛일 거다.
산수유
알고 있니
아가야
비록 나를
떠나지만
언제나 너에게
좋은 것만 주고파
따사로운 봄 햇살
한아름 받고
모진 태풍 속에서도
오롯이 지켜낸
너는 나의
붉은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