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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e Nov 15. 2015

프랑스 산기슭 말들의 친구,  장 끌로드씨 이야기

Veynes의 추억 Vol.13


프랑스 동남부에 위치한  Lyon에서  Grenoble을 지나 기차를 타고 더 남쪽으로 가면 나오는 Veynes,


Saint-Auban-d'Oze에서 그를 만났다.




오후 6시쯤 산책을 할 겸

장 끌로드 아저씨를  따라나섰다. '20분 차를 타고 간 뒤 10분 정도 걸으면 된다'는 장 끌로드 아저씨 기준의 Simple way는 실제로는 10분 정도 차를 타고 가서 30분 넘게 걸어야 하는 산길 이었기에 걷는 내내 장 아저씨에게 언제 도착하는지를 계속 물어야했지만 이윽고 도착한 곳에서 그 곳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자마자 힘들기는커녕 할 수만 있다면 매일 매일 걸어서 오고 싶을 정도로 한 눈에 반해버렸다.


Saint-Auban-d'Doze에 있는 

장 끌로드 아저씨의 산에서 울타리 하나 없이 무리를 지어 사는 말들은 마치 굉장히 잘 훈련된 성숙한 말처럼 신사적인 모습으로 내 곁에 와서 조용히 서있었다. 사람을 태우지도 않고 짐을 나르지도 않고 그저 산에 다니면서 노니는 말들.


"Marie, 여기를 너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어. 파리의 잘 꾸며진 아름다움만이 프랑스가 가진 아름다움의 전부가 아니라는걸 말야. 이 산에서 네가 본 자연 그대로 살고 있는 다정한 말들과 따뜻한 햇살, 그리고 라벤더 향기를 가득 담은 바람. 네가 프랑스를 떠올렸을 때 이 장면들이 네 기억 한켠에 남아있길 바래."


어린 밀란을 안고있는 장 끌로드 아저씨의 너머로 보이는 장면들 하나 하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 곳을 지켜온, 그래서 당연히 거기 그대로 앞으로도 오래도록 있어야만 하는 장면처럼 익숙한듯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가 장 끌로드 아저씨에게 '저들이 울타리 없이 살고 있는 이유를, 저렇게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이유를' 묻는 다면, 그가 뭐라고 대답했을 지, 굳이 직접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산의 주인은 실제로 저들이지.
우리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존재일 뿐인걸.  


지금 네 옆에 있는 말들도, 나무, 바람과 새들 그리고 여기 자라고 있는 라벤더가 바로 이 산의 주인인걸.




밀란은 장 끌로드 아저씨로부터 그 산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를 온 몸으로 배우며 자라겠지?그리고 또 다시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겠지... 우리는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라고.




문득 그 곳에서 보냈던 시간이,

보았던 장면들이 사무치게 그리워질 때가 있다.

온통 산으로 둘러 쌓여있는, 그래서 해가 산 너머로 고개를 숨기면 아무 불빛도 없는 곳. 매일 밤마다 별이 쏟아지고 은하수가 흐르는 곳. Veynes 가 지금도 가끔 그립다.






아름다운 장면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인 장 끌로드 아저씨와 밀란이 살고 있는 프랑스의 슬픔이 어서 치유되길 바라며 파리 테러 희생자와 프랑 국민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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