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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e Apr 01. 2016

바닷길 옆, 메마른 땅을 걷다

운염도의 추억 Vol.26


메마름


이라는 단어가 주는 냄새와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느끼고 싶다면 딱 어울리는 그 곳, 운염도.



인천 영동대교

남쪽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차를 몰고 가다 보면 갈대숲이 나타난다. 운염도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갈대숲 근처에 차를 대고 가까이 발걸음을 옮기면 거짓말처럼 신기한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여기가 정말 한국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낯선 풍경은 사람과 시간이 만든 예술작품이다. 갯벌을 막아 만든 인공적인 이 공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이 빠져 갈라진 땅이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만든 훼손의 결과이지만 이제는 이 공간이 훼손되지 않길 바라는 모순적인 마음이 든다.



이처럼 무섭도록 메마른 땅에도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린 식물들이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건조하고 메마른 땅.

왠지 낯설고, 조금은 무섭기도 하고 이상하고 생소한 모습이지만 아름답다. 이 여러 가지 감정이 동시에 느껴진다는 사실이 이상 할 정도다. 이 곳을 보고 있으면 이상한 감정이 든다.



깊게 패인 바닥의

갈라진 모습이 퍼즐 조각처럼 보여서 마치 누군가가 한 조각 한 조각 맞추어 놓은 것 같다.

언제부터 이렇게 말라있었는 모를 정도로 메마른 바닥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보니 또 다른 세상이 눈에 들어온다.



갯벌이 말라 형성된 운염도는 높은 염도에서도 잘 살 수 있는 염생식물인 칠면초가 붉게 뒤덮고 있다. 딱딱하게 마른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은 칠면초의 생명력이 대단하다. 그리고 그 화려함은 어떤 면에선 봄 꽃 축제의 그것보다 아름답다.


멀리 가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이국적인 풍경, 그 속에서 잠시나마 홀로 오롯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때 훌쩍 떠나고 싶은 운염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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