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ie May 30. 2016

사랑스러운 피렌체의 모든 것

피렌체의 추억 Vol.27


피렌체에서는

구르는 돌 마저도 사랑스러웠다.


냉정과 열정사이를 떠올리며

피렌체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려 피렌체 역에 발을 딛는 순간 이 도시는 여행자의 마음을 훔친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을 까?

그런 생각들은 까마득해질 정도로 순식간에 매료되는 이 곳은 언제, 누구와 함께 찾더라도 변하지 않을 감동을 선사한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여행 중 꼭 지키는 나와의 약속 중 하나는 아침 식사는 거르더라도 아침 산책은 거르지 않는 것이다.


저녁 무렵 새로운 도시에 도착해 다음날 아침 일찍 거리로 나서면 마치 전원 스위치를 켠 것처럼 나의 하루에 새로운 도시가 켜지는 것 같다.   


'딸깍' 하고 스위치를 켰다.


아침 일찍

피렌체 두오모에 오르니 햇살이 부드럽게 도시 전체를 감싸며 뿌연 안개를 지우고 동화 속 한 장면을 꺼내 눈앞에 드리운다. 차가웠던 공기를 햇살이 따뜻하게 데우며 피부에 닿는 느낌이 좋다. 고개를 돌리다 마주친 햇살에 눈이 부셔 눈을 가늘게 뜨고 빛으로 흐려진 시야 너머로 바라보는 풍경이 좋다.



360도로 피렌체의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는 두오모에서는 마치 수백 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온 것 같은 착각이 들곤 한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아 바람 마저도 쉬어갈 것 같은 곳. 피렌체에 산다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두오모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오는 중간중간 벽에 창문이 나 있다. 손바닥 만한 그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건물 내부를 밝히는 유일한 조명이다. 작은 창을 통해 바라보는 피렌체 시내의 모습이 멋스럽다. 현재의 세상에서 과거의 세상을 내려다보는 것 같다.



오전부터 오후 내내 햇살은 피렌체를 가득 채우고 건물벽마다 아름다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멀리서 바라본 도시의 모습과 도시 속에 들어와서 바라보는 모습은 180도 다르다.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 차있던 골목골목 사이로 강물이 흐르고 사람들이 살고 음악이 흐른다. 따뜻한 햇살은 어느 새 건물벽을 붉게 물들이고 내 마음을 물들인다.


멋진 풍경으로 하루 종일 마음을 가득 채우고 나서 이젠 허기진 배를 채우러 식당에 발걸음을 돌렸다.



테이블 위를 수놓는 불빛마저 사랑스럽다. 천정 조명에서 시작된 빛은 물 잔을 지나 보석처럼 테이블 위에 내려앉았다. 피렌체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조용히 내 마음에 내려앉은 것처럼.



티본스테이크로 유명한 식당에 들러 티본스테이크와 트러플 크림 파스타를 주문했다. 적지 않은 양 이었지만 피렌체의 맛을 하나라도 더 담아가고 싶은 마음 이랄까.



여기에 향긋 한 와인을 곁들이니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피렌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끼안띠 와인을 마시다가 내일은 끼안띠 끌라시꼬 와인을 만나러 와이너리로 떠나기로 했다.


식당에서 나와 달빛을 맞으며 해가 저문 저녁 길을 걸으면서 내일 떠날 와이너리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또다시 스위치를 켜면 드넓은 포도밭 위에 있겠지.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기 전 길리에 들러 오늘 하루를 되돌아본다. 자욱한 안개를 포근히 감싸주던 따뜻한 햇살과 그 아래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 흐르는 강물과 그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맛있는 음식과 해진 저녁 만나는 은은한 달빛. 그리고 향긋한 커피까지. 이제는 언제 어디를 가도 '피렌체'라는 한 마디가 불러올 수많은 기억들.


여행은 해가 뜨고 지는 평범한 일들 조차도 특별하게 만드는 것처럼 삶의 페이지를 풍성하게 하는 일이 아닐까. 그 어느 때보다 풍성했던 피렌체의 추억.
매거진의 이전글 바닷길 옆, 메마른 땅을 걷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