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추억 Vol.21
인천 공항에서부터 이탈리아로 오는 내내 머릿속으로 그렸던 로마의 모습이 초라해질 만큼 너무도 대단하고 완벽하게 아름다웠다.
공기마저도 오로지 로마만을 위해 완벽히 디자인된 것처럼 말이다.
바로 바티칸과 베드로 성당에서 정점에 달했다. 그동안 로마를 배경으로 했던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책에서 그린 로마는 '진짜 로마'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고 느껴질 만큼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 로마는 더 영롱하게 빛났다.
그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쉴 새 없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그들만의 소음을 뿜어 내고 있지만 그 어떤 것도 로마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가리지는 못했다.
'첫 눈에 반한다는 게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람의 손으로 그렸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한 그림들은, 때로는 마치 조각인 양 입체적이어서 보는 사람이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하기도 하고, 가끔은 마치 가까이 가면 당장이라도 숨소리가 들릴 것처럼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 공간 어딘가에는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의 숨결이 남아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에 주변에 보이는 돌 하나, 먼지 하나를 두 눈과 마음에 담았다.
만약 이 장면을 기억할 수 있는 시간에도 정해진 기한이 있다면 부디 '오래도록' 이었으면 좋겠다.
I will cherish my visit here, in memory, as long as I live.
내가 살아있는 한, 나의 기억 중에서, 이곳의 방문을 소중히 여길 것입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