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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e Feb 12. 2016

아름다운 하프 선율을 간직한 안달루시아

론다의 추억 Vol.20


한 겨울, 스페인 안달루시아

길 위에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고 아침 내내 짙게 깔렸던 안개가 천천히 햇살 사이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면 길 위에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안달루시아의 햇살을 담은 길 위에서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데칼코마니처럼 양쪽에서 사이좋게 마주 보고 있는 올리브 농장 사이를 한참 달리다 보면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공기 마저도 올리브 빛으로 물들어 가는 것 같다.


올리브 농장 사잇길을 지나는 동안 어느 새 안개는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해바라기 밭이 펼쳐진다. 저 멀리 지평선까지 가득 메운 해바라기는 한 겨울 스페인의 햇살을 받으며 노랗게 들판을 물들인다.


해바라기로 가득한 한 겨울의 들판


세비야에서 출발해

론다로 향하는 내내 머릿속에 그리던 건 바로  깎아지른 듯 한 절벽 위에 놓인 누에보 다리다. 누구나 '론다'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누에보 다리는 때로는 투우 경기장보다 더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명소다.


아래서  올려다보는 모습도 물론 장관이지만 다리 위에 서서 아래를  바라다보는 모습도 절경인, 사진 속에서만 보던 누에보 다리를 머릿속에 그리며 론다로 향했다.



론다에 도착해

헤밍웨이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동화 속에서나 등장할 만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데 그게 바로 누에보 다리다. 너무 멋진 광경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옆에서 보고, 다리를 건너가서도 보고, 그 절벽을 따라 내려가 아래에서도 보고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아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그렇게 누에보 다리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감탄하고 있을  때쯤,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그 전부터 한참 동안 연주하던 음악소리였겠지만 나는 다만 눈앞의 아름다움에 빠져 음악소리가 나는 것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 곳에 그녀가 있었다.


Ronda, Spain


고요한 표정으로 연주하는 

그녀의 음악소리는 눈 앞에 펼쳐진 풍경과 어느새 하나가 되어 곁에 있는 사람들 모두를 황홀하게 했고 그녀의 연주를 들은 사람들 중 몇몇은 음반을 사기도 하고, 그녀 곁에 돈을 두고 가기도 하고, 심지어는 손에 들고 있던 커다란 오렌지를  내려놓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계속 연주를 이어가던 그녀의 모습은 마치 우리와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까지 했는데 그렇게 한참을 계속되던 연주가 끝나자 그녀는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옆에  내려놓았던 큰 짐을 메고 어디론가 길을 떠났다.


론다에 울려퍼진 하프연주




어디로 가는지, 어디서 온 건지, 언제 또다시 오는지...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았지만 그녀의 표정이 간직한 고요를 차마 깰 수 없어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아름다운 하프 선율을 간직한 채 오래도록 기억될 론다의 추억


Ronda, 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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