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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e Feb 10. 2016

낯선 시선에 고개를 돌리면

케냐 나이로비의 추억 Vol.19


케냐 나이로비에서 

몸바사로 향하는 도로를 한참 달리다 낯선 시선에 고개를 돌려 보면 마주치는 두개의 눈동자. 고요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여기가 정말 아프리카라는 게 피부로 와 닿는다. 마치 TV 속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동물의 왕국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다.   


Nirobi, Kenya


국립공원이 많

케냐의 도로변에는 공원에서 마실 나온 기린,  얼룩말 같은 초식 동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덕분에 도로를 달리다 보면 불쑥 느껴지는 시선에 깜짝깜짝 놀라곤 하는데 내가 그들을 관찰하는 게 아니라 마치 그들이 나를 관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Nirobi, Kenya


역시나 도로를 달리다 보면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들. 초원 위에 홀로 서서 나를 바라보던 기린과 달리 얼룩말들은 서로 무리 지어 다니곤 했다. '왜 기린은 혼자인데 얼룩말들은 함께 다니지' 하고 물어보니 차를 운전하던 애드윈은 '아까 그 기린도 얼핏 혼자 있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덤블 뒤, 나무 근처엔 다른 어린 기린들이 더 있을 것'이라고 얘기해 주었다. 

 


텅 빈 도로, 그리고 

그 옆으로 속속 등장하는 동물들과 그들의 영토를 빌려 조심스레 달리던 우리는 잠시나마 그들의 삶 속에 들어와 같은 햇살을 받고 같은 바람을 맞으며 같은 순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감상에 빠져들었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없이 광활한 대지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잠시나마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엔 고요와 평안이 찾아왔다.


Kenya, Africa


얼핏 보면 혼자로 보이지만

가만히 바라보면 찾을 수 있는 또 한 마리의 얼룩말. 그 옆을 지날 때마다 마주치는 눈빛에 심장이 쿵쾅 거리 기도하고 가슴이 두근 거리기도 한다. 그런 나와 다르게 너무나 고요한 그들의 눈빛은 그 속에서 이방인이 된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고 연약한 존재인지 깨닫게 한다.






광활한 대 자연 속에서

나를 바라보던 그들의 시선은 빠르고 바쁘게 살아가던 도시에서 내가 생각했던 진보한 삶이, 과연 이들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었고 나는 한동안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다.


Kenya, Africa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또 다른 시선들. 마치 누가 '얼음'하고 외친 것처럼 그들도 나도 한동안 아무런 움직임 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Kenya, Africa


때마침 가까이에 있던 얼룩말 한 마리는 특히나 오래도록 가만히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움직이는 거라곤 그저 파리를 쫓는 꼬리를 뿐이었다. 한참을 서로 마주 보다 머쓱해진 내가 먼저 손을 흔들며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네자 이윽고 고개를 돌려 무리로 돌아가 버렸다. 아무런 준비 없이 무방비 상태로 도로에서 마주한 그들의 시선은 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보다 더 뜨거운 질문을 내 마음에 남겨놓고는 올 때와 같이 돌아갈 때도 소리 없이 조용히 사라져 버렸다.


Kenya, Africa


'언제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닿을 수 있고, 볼 수 있고,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우리의 삶이 과연 그들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에서 시작된 질문은 '과연 우리의 삶은 어디까지 그들의 삶에 개입해도 되는 걸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들의 삶의 터전을 가로질러 만들어진 긴 2차선 도로, 그리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립공원이라는 울타리와, 그 울타리를 넘어 밖으로 나온 동물들. 그리고 그 옆으로 공사가 한창인 우간다와 케냐를 잇는 철도 공사 현장을 보면서 내 안의 수 많은 가치와, 사상이 충돌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직접 보기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쉽지 않은 질문들로 가득 채워졌던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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