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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e Feb 04. 2016

베니스, 노을에 빠지다

베네치아의 추억 Vol.18


베니스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베니스'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거라곤 어릴 적 읽었던 작은 책 한 권이 전부였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굉장히 어릴 적에 읽어서 내용이 전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소설 속 배경이 항구였다는 것은 기억에 남아 있었다.


베니스 공항을 빠져나오면

베니스 중심으로 가는 버스 승차장이 보이는데 버스를 타고 가다 사람들이 우르르 내릴 때 그들을 따라 내리면 그때부터 진귀한 광경이 펼쳐진다. 유일한 이동수단인 배를 탈 수 있는  배 정류장.


Venezia, Italy


앞뒤 좌우를 둘러봐도 보이는 건 물뿐이다.

누가 물의 도시가 아니랄까 봐 도시 전체가 '나는 물의 도시 베니스다'하고 외치고 있는 것만 같다.


Venezia, Italy

배를 기다리다 문득

방금 산 티켓을 꺼내보니 베네치아라고 쓰인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베니스와 베네치아,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베니스는 베네치아의 영어식 표현이라고 하니 여기선 베네치아 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하겠다. 하지만 부르는 방법이 어떻든 베네치아 자체가 뿜어내는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는다.




베네치아의 풍경 중

특히 물 위에 둥둥 떠있는 바포레토 정류장은 아무리 보아도 생소하고 재미있는 풍경이다.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정류장에 바포레토가 설 때마다 정류장에 닻을 내리고 밧줄을 동여맷다 풀었다를 반복하는 모습은 바포레토를 타는 재미를 더해준다.


Venezia, Italy


바포레토에 앉아

넘실거리는 파도를 바라보며 베네치아를  구석구석 다니다 보면 베네치아 사람들의 삶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데 집집마다 배를 정박해두고 있는 모습이 왠지 정겹기까지 하다. 화려한 가면과 유리공예로 유명한 베네치아지만 그 어떤  화려함보다 아름다운 건 베네치아의 민낯인 바로 이런 풍경이었다.  


Venezia, Italy




베네치아의 풍경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아름답다'는 말이 한숨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데 이 도시의 매력은 해 질 녘이 되면 절정에 달한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어느 별처럼 의자만 살짝 뒤로 밀면 하루 종일 노을을 볼 수 있는 작은 별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Venezia, Italy


한참 노을을 바라보다

산 마르코 광장을 지 골목으로 들어오니 곤돌라가 다시 눈에 들어온다. 이탈리아어로 '흔들리다'라는 뜻의 곤돌라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곤돌라와 함께 내 마음도 흔들리는 것만 같다.


흔들리는 곤돌라에서는 몸을 꼿꼿이 세우고 있으면 배가 앞으로 나가지 않아요. 흔들리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마음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앞으로 나가 있죠.




그렇게 베네치아에 몸을 맡기고 마음을 맡기다 보니 어느새 몸과 마음은 베네치아의 노을에 흠뻑 젖어 버렸다.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몸을 꼿꼿이 세우고 있으면 앞으로 가지 않아요. 흔들리는 세상 속에 몸을 맡기고 마음을 맡기면 어느새 앞으로 나가 있죠.'

곤돌리에의 말이 베네치아의 노을과 함께 내 마음에 쏟아져 내린다.


아름다운 노을에 몸도, 맘도 붉게 물들었던 베네치아의 추억.
Venezia, Ita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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