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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e Mar 16. 2016

아프리카의 행복한 코끼리

케냐의 추억 Vol.22


아프리카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풍경이라면 아마도 넓은 초원 위에 기린과 얼룩말, 코끼리와 같은 많은 동물들이 각자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풍경일 것이다.



나를 보러 온 누군가를 위해,

혹은 나에게서 무언가를 취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좁은 우리 안에서 매일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며 남은 숨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드넓은 초원에서 해가 뜨고, 노을이 지고 바람이 불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신의 삶을 오롯이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의 모습은 그저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감동을 준다.


밀렵꾼으로부터 불법 사냥의 대상이 되는 걸 보호하고 개체수를 관리하기 위해, 또는 이들을 보러 온 사람들로부터 수익을 얻기 위해 쳐놓은 최소한의 울타리 마저도 자유롭게 드나들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하루 종일을 보고 있어도 결코 지겨워질 수 없을 것만 같다.


만약 이런 아프리카를 보고 싶다면,

이곳에 가서 그들과 같은 땅을 밟고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바람을 느끼고 싶다면 케냐가 바로 그곳이다.


케냐는 이제껏 가 본 아프리카 중에서도 가장 아프리카 같은 느낌을 주었던 곳이다. 물론 나이로비 시내는 여느 대도시 못지않은 높은 건물과 그 사이를 씽씽 달리는 자동차들이 가득한 곳이지만 탄자니아 국경지역 세렝게티 초원이나 암보셀리 국립공원과 같은 곳의 인근을 달리다 보면 위에서 이야기한 기린, 얼룩말, 코끼리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임팔라나 원숭이는 말할 것도 없다.


한 낮 뜨거운 햇빛을 피해 나무그늘에 서있 던 임팔라
암보셀리를 누비던 투어 차량


암보셀리 국립공원을

여행하기 위해 현지 여행사를 통해 차량을 예약하면 투어가이드이자 드라버인 현지인이 차를 몰고 여행자를 픽업하러 온다. 내가 탄 차의 드라이버였던 애드윈은 차를 타고 다니면서 마주하는 동물들에 대한 설명은 물론이고 케냐 현지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함께 알려주었는 데 함께 하는 내내 너무나도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암보셀리 국립공원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너무나도 많았지만(얼룩말, 기린, 가젤, 원숭이, 하마, 금관학, 누, 임팔라, 버팔로 등) 암보셀리 국립공원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코끼리들이다. 암보셀리 국립공원에는 약 3천 마리 정도의 코끼리가 서식하고 있다고 하는데 넓은 들판 위에 무리를 지어 다니는 코끼리를 보고 있으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그림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다.



애드윈에 이야기에 따르면

코끼리는 어깨의 높이를 보면 암컷인지 수컷인지 구분할 수 있다고 하는 데 내 눈으로는 구분이 쉽지 않아 항상 애드윈이 구별을 해 주어야 했다.


코끼리 무리들 중 아빠 코끼리 옆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장난을 치던 아기코끼리가 들판에서 무언가 신기한 거라도 보았는지 갑자기 길을 멈춰 섰다. 그러자 아빠 코끼리도 아기코끼리를 따라 걸음을 멈추고 아기코끼리가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가만히 기다려주는데 그 모습이 참 따뜻하고 정겨워 보였다.






늪에서 노느라

일행보다 뒤쳐진 한 코끼리는 부랴부랴 무리를 쫒아 빠르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는 데 피부 위에서 진흙이 말라 가는 모습이 마치 붓에 물감을 묻혀 슥슥 붓질을 해 놓은 것 같다.





코끼리 무리가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동하는 중간중간 선두 코끼리가 뒤를 돌아 따라오는 무리를 확인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잘 오는지, 뒤쳐진 멤버는 없는지. 동물들 사이에서도 내 동료를 챙기고 가족을 챙기는 모습이 놀랍기도 하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공원이 워낙 넓다 보니 

우리 차 외에는 좀처럼 다른 차를 만나지 못했는 데 지나가던 차 한 대가 우리 차 앞에 잠시 정차했다. 금관학을 보기 위해 멈춰 선 차에 타고 있던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코끼리 가족의 모습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아이를 번쩍 안아 앞에 있는 금관학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엄마와 아빠를 보면서 저 아이의 눈에는 과연 오늘 본 풍경이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궁금해졌다.





한참 동안 그 가족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다시 들판을 바라보니 또 다른 코끼리 무리가 이동 중인 모습이 보였고 순간 매일 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있을 또 다른 코끼리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들판의 햇살 한 줌, 바람 한 결 느끼지 못하지만 밀렵꾼들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동물원의 코끼리와 다양한 위협 속에 있지만 네 다리로 땅을 딛고 햇살과 바람을 내 것인 양 살아가는 암보셀리의 코끼리 중 누가 더 행복한 코끼리 일까.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답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던 케냐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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