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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e Mar 19. 2016

봄을 기다리며

남해의 추억 vol.23




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과 떨림,

그 가운데서 차가운 바람을 뚫고,

세상에 처음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꽃들의 모습은 실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조용히 인사를 건네는 꽃송이들은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도 그 진한 향기가 머리를 어지럽히는 것 만 같다.


나의 스무 살도 그랬다.

스무 살의 나는

봄처럼 설레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하고 때때로 맑았다가 흐렸다가 하였다.


저지르는 일마다 하나하나 의미를 붙이고, 자책감에 몸서리를 치기도 하고, 실수였다며 깊이 반성하고, 다시 또 자기발전의 주춧돌로 삼고, 

아직은 미성숙한 사람이라는 걸 인지하며 책임과 의무, 그런 무거운 단어들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스무 살의 나.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스무 살의 나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너무 힘들어하지 않아도 된다고.
누구나 다 그렇다고.
너만 그런 게 아니라고.

처음부터 겁먹지 말자.

막상 가보면 아무것도 아닌 게 세상엔 참으로 많다고. 첫걸음을 떼기 전에 앞으로 나갈 수 없고 뛰기 전엔 이길 수 없다는 걸 기억하라고.

 




통영엔 

벌써 봄이 오기 시작했다. 매화는 일찌감치 꽃봉오리를 터뜨리며 봄을 재촉하고 있고 바다마저도 색을 갈아입었다.



해안가를 달리다

식당에 들렀다. 그리고 거기서 처음 맛본 도다리 쑥국은 내 안의 수많은 고민과 걱정을 한 번에 지워버릴 만큼 담백하고 맑았다. 입맛을 확 끓어 당길 만큼 화려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봄 내음을 가득 담고 있던 그 한 그릇은 매화향 기보 다도 더 진하게 나에게 남았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이미 지난 나의 스무 살보다 지금 더 치열한 이십 대를 보내고 있을 오늘의 청춘에게 조용히 한 그릇 내밀고 싶었다.


다 괜찮다고. 누구나 다 그렇다고.
괜찮다는 말과 함께.


조용히 봄을 기다리며 나도 모르는 사이 '치열하게 고민했던', 하지만 그 존재 만으로도 아름답게 빛났던 스무 살로 훌쩍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남해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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