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ie Mar 28. 2016

봄을 그리다

도시의 추억 Vol.24


사무실에서 맞이하는 봄


봄은 소리 소문 없이,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오지만 사무실에서 봄을 느끼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연간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회사지만 그 연간 계획안에는 봄 꽃 개화시기, 봄 나들이 시즌은 안중에 없다.


잠시나마 회색빛 건물 속에서 봄을 느끼기 위해 오피스 가드닝을 시작했다. 회색빛 건물 속에서 작게나마 초록빛을 채우기 위한 꿈틀거림 이랄까.



그렇게 심은 완두콩 하나.

요즘은 기술이 얼마나 좋은지 완두콩 기르기 키트가 시중에 나와있다. 흙도 필요 없이 물만 있으면 자라는 키트.

설마 여기서 싹이 날까?

하는 반신반의 하는 마음으로 완두콩을 심고 퇴근했다. 그리고 다음날, 출근과 동시에 내가 마치 잭과 콩나무의 잭이 된 것처럼 깜짝 놀랐다.


빼꼼히 고개를 내민 콩이 너무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보았는데 신기하게도 한 시간 한 시간 지날 때마다 1cm씩 자랐다. 마치 거짓말처럼.


마구마구 자라는 콩나무가 너무 신기해서 창가로 자리를 옮겨주었다. 자리를 옮기는 데는 '저러다 천장까지 자라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동료들의 관심도 컸다.

그리고 며칠 뒤,

콩 1호 옆에 콩 2호가 생겼다.

사무실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완두콩에 대한 관심 덕에 초록빛을 더하는 동료가 늘었다. 그리고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꽃이 한 두 송이씩 피더니 어느덧 열매가 맺혔다.

열매는 하루하루 커가더니 어엿한 콩깍지의 모습을 갖췄다. 이때는 지나다니는 사람마다 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언제쯤 수확할 수 있냐며, 수확하면 이 콩을 먹을 건지 아니면 다시 재배에 쓸지 궁금해했다.


그리고 마침내 수확을 마친 완두콩 4형제.


농부 아저씨가 느끼는 수확의 기쁨이란 바로 이런 걸까. 회색빛 건물 속에서 잠시나마 초록빛을 느끼고 싶어서,  잠시나마 생명력을 느끼고 싶어서 시작한 오피스 가드닝의 종착력이 다가왔다.


콩 줄기에 주렁주렁 매달린 콩깍지를 수확하며 느낀 감동이란 =)


차마 이 콩들을 먹지도, 다시 콩 수확에 사용하지도 못한 채 기념으로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회색빛 도심 속 잠시나마 초록빛 생명력을 느끼게 해 주었던 도시의 추억
매거진의 이전글 봄을 기다리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