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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e Oct 14. 2015

어때요? 참 예쁘죠?

인도의 추억 vol.4

인도. 태양. 한 낮.


어릴 적 읽었던 동화 중에

해님과 바람 이야기가 있다. 길을 가는 나그네의 겉옷을 누가 먼저 벗기는 지 해님과 바람이 내기를 하는 내용인 데 바람이 세게 몰아쳐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려 최선을 다 해 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가 해님이 뜨거운 입김을 불자 나그네가 땀을 뻘뻘 흘리더니 순간의 지체도 없이 겉옷을 벗어던지고 냇가로 뛰어 든다는 얘기다. 이 날도 분명히 그런 날 임에 틀림없다. 뜨거운 태양이 내 머리를 지글 지글 익고 있었지만 근처에는 뛰어들  냇가는커녕 발을 담글 개울조차 없어 숨을 헐떡이고 있을 때 너무나 온화한 표정으로 할머니 한 분이 나에게 다가왔다.




"어때요? 참 예쁘죠?"  


정신을 차려 고개를 들어보니

너무나 큰 눈망울을 가진 송아지 한 마리가 내 앞에 부끄러운 듯 와 섰다. 그리고 그 뒤엔 송아지의 눈망울 만큼이나 순수한 미소를 간직한 할머니가 한 분 서 계셨다. 눈빛은 마치 소녀의 그  것처럼 수줍은 채로 조용히 내 카메라에 내려 앉았다.

손 끝으로

한 번은 카메라를 가리키고 또 한 번은 송아지와 자신을 가리키며 또 한번 웃어 보인다. 난 그대로  무장해제되어 이마에 땀이 흐르는 것도 모른 채 얼굴을 카메라에 가져갔다. 무슨 이유에서 였을 까, 카메라 액정에 뜬 사진을 보여 줄 새도 없이 다시 한 번 웃어 보이고는 송아지를 데리고 나를 비켜 지나갔다.


누군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면 아마 나는 바로 그 기분이  그때 내가 느낀 감정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나는 뜨거운 태양이 내 외투를 벗기려고 고군  분투하고 있을 때 '아직은 견딜 만 하지? 조금만 지나면  익숙해질 거야.'하고 바람이 나를 응원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작은 미소가, 눈 빛이, 행동이 누군가에게 하나의 작은 쉼표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결코 사소하지 않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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