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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e Jun 10. 2016

와인 향기에 취하다

토스카나의 추억 Vol.29


토스카나에서는 모든 것이 와인 빛이었다.


아침 일찍 안개가 채 가시기도 전에 차에 올랐다. 토스카나(Toscana) 와이너리 투어를 가기 위해 피렌체 역에서 일행들을 만났다.


전날 저녁 우연히 키안티(Chianti) 와인을 마시다 급하게 정한 일정. 현지 투어를 신청한 탓인지 한국인은 한 명도 없었다. 스페인,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헝가리...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의 모임.


토스카나로 향하는 내내 설렘이 가득했다.

오늘 모인 사람들 만큼이나 다양한 와인을 만나게 되겠지?


피렌체 남부에 위치한

토스카나를 방문했을 때의 계절은 겨울이었다. 독일의 뤼데스하임에서 보았던 푸르른 5월의 포도밭과는 사뭇 다른. 부드러운 갈색 포도나무밭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탈리아'하면 떠오르는

지방 중 하나인 토스카나는  예술, 건축, 역사적으로 중요한 도시지만 와인과 음식으로 유명한 도시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키안티 와인이 바로 토스카나 지방의 와인이다.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POGGIO AMORELLI.



도착하자마자 

와인을 시음할 생각에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포도 품종부터 재배방법에 이어 와인 만드는 방법, 코르크의 종류, 와인을 저장하는 오크통에 이르기까지...

와인을 만나기 위해 거치는 모든 과정에 대한 설명에 이어 POGGIO AMORELLI 소개를 거치고 나서야 드디어 와인을 만날 수 있었다.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오크통의 모습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누군가

저 오크통에 담긴 와인을 다 마시기 전 까지는 이탈리아를 떠날 수 없어

라고 말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키안티 와인의 상징인

수탉이 늠름한 자태로 와인 창고를 지키고 서 있었다. 수탉의 표정에서 왠지 모를 자부심이 느껴진다.



켜켜이 쌓인 오크통들의 모습에서

탐스럽게 익은 검붉은 포도송이, 그 위로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 포도를 재배하는 사람들, 포도즙이 사방으로 튀며 으깨어지는 모습, 향기롭게 익어가는 와인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듯했다.



키안티 클라시코는

검은 수탉 그림으로 유명하다. 키안티 조합에서 1924년부터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의 차별화를 위해서 사용한 검은 수탉 그림은 키안티 클라시코가 아닌 키안티 와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키안티 클라시코는 전통적으로 키안티를 생산해왔기 때문에 이후에 생산을 시작한 다른 키안티 와인과 차별함을 두기 위해 이런 방식을 차용했다. 


원조의 자부심 이라고나 할까.


일반적인 와인 상식에서부터

키안티 클라시코만의 특징까지 모든 설명을 친절히 해주었던 가이드. 외인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키안티 클라시코에 대한 자부심이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오롯이 느껴졌다.


와인 말고도 발사믹 식초, 올리브 오일, 트러플 오일이 유명한 이 곳에서는 이 모든 것들을 와인과 함께 맛볼 수 있다. 특히 여기서 직접 만들었다는 살라미는 레드 와인과 만났을 때 특유의 풍미를 뽐내며 최고의 궁합을 보여주었다.



체다 치즈와 살라미, 빵은 계속해서 제공된다. 치즈에 발사믹 식초를 살짝 뿌려먹거나 빵을 트러플 오일에 찍어먹었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테이블 위에 놓은 유리병은 와인 테스팅 중 마음에 들지 않는 와인을 버리기 위함이다. 하지만 모든 와인의 시음이 끝 날 때까지 사용할 일이 없었다.



와인 시음과 함께 나눠주는 리스트는 그날 마신 와인의 목록이다. 많은 와인을 마시는 만큼 라벨과 빈티지를 모두 기억하기가 어려운데 리스트에 마음에 드는 와인을 표시해 두었다가 맘에 드는 와인을 주문할 수도 있다.



모든 잔과 접시가 깨끗하게 비워졌다.



끼안티 와인에서는 빈티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포도 품질이 좋은 해에 오래 숙성시킨 리제르바 와인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키안티 리제르바는 10년 안에 마셔야 하는 일반 키안티에 비해 15년 정도를 숙성될 수 다는 말에 한 병을 샀다.



두 번째로 방문했던 곳에서는

스탠딩으로 시음이 진행되었다. 가장 먼저 올리브 오일을 입안에 머금고 굴리며 향긋하고 신선한 올리브 오일을 느낀 뒤 와인잔을 차례차례 비워갔다.


그렇게 모든 일정을 마치자 어느새 해는 지고 다행스럽게도 와인을 머금고 발그레 해진 두 볼을 가려주었다.


서늘하고 안개 낀 아침을 지나 눈부신 노을, 빛나는 밤하늘을 볼 때까지 와인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아름다운 풍경에 감동하던 그 순간들이 참 아름답게 기억에 남았던 토스카나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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