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츠와나의 추억 vol.41
오카방고 델타(Okavango delta). 이름도 생소한 그곳에 관심이 생긴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곳에 가야겠다는 결심을 한 건 바로 이 한 줄을 보고 난 뒤였다.
No car, No hotel, No electricity, No WiFi
오카방고 델타는 천 예의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곳으로 현대 문물이라고 할 만한 그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카방고 삼각주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내륙 삼각주로 야생동물이 많이 서식하는 곳이다. 특히 삼각주 중심에 있는 모레미 야생동물 보호구역(Moremi Wildlife Reserve)은 약 3천 평방킬로미터에 이르는데 야생동물을 보호를 위해 공식으로 교통도 차단되어 있고 오로지 모코로라는 작은 배를 타고서만 이동이 가능하다.
숙소도, 수도도, 전기도 없는 곳이다. 다른 말로 하면 오카방고 델타에서 머무르기 위해서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모코로에 텐트와 식수를 비롯해 생존에 필요한 모든 도구를 챙겨서 들어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나올 땐 가지고 들어갔던 것들을 모두 다시 가지고 나와야 한다.
가져갈 수 있는 양도 딱 모코로에 실을 수 있는 만큼이지만 항목도 꽤 까다로운데 자연환경을 해칠 수 있는 것들, 예를 들면 선크림, 샴푸, 비누 등 화학제품은 모두 반입이 금지된다.
오카방고 델타로 이동하기 전, 가져갈 수 있는 짐을 꾸리다 보니 '아, 그동안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환경오염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가져갈 수 없는 짐은 모두 캠핑카에 던져두고 트럭에 올랐다. 이 트럭을 타고 오프로드를 약 한 시간 반 정도 달려야 모코로를 타는 곳에 도착할 수 있다.
덜컹덜컹
차를 타고 가는 길가에 있는 작은 집집마다 어린아이들이 고개를 내밀고 손을 흔들어준다.
어젯밤을 야생에서 보냈을 사람들이 모코로를 타고 나오며 인사를 건넨다.
"바로 요 앞에 하마 두 마리가 놀고 있어요. 들어가면서 왼쪽에 보일 거예요."
설레는 마음으로 모코로에 짐을 싣고 뭍을 떠났다. 긴 막대기로 이리저리 중심을 잡으며 앞으로 나가는 모코로는 이곳 현지 주민들이 운전을 해준다.
수풀 사이로 난 좁은 물길을 따라 모코로가 흘러간다.
이렇게 꼬박 두 시간 이상을 들어간 뒤에야 임시 텐트를 칠 수 있는 곳에 도착했다.
적당한 공간에 모닥불을 피웠다. 식사를 준비할 불이자 밤사이 야생동물로부터 우리를 지켜 줄 유일한 불이다.
그날 밤, 텐트에서 사자 울음소리를 듣기 전 까지만 해도,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텐트 근처에 찍힌 하이에나 발자국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 작믄 모닥불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다.
모닥불을 피운 뒤 삽으로 텐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땅을 파서 화장실을 만들고는 가져온 물건들을 정리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생활을 시작하려니 가장 원초적인 것들부터 자연스럽게 순서가 잡힌다.
그러다 문득 "근데 우리 씻는 건 어떻게 하지?"라고 현지 가이드인 콜린에게 물으니 씻고 싶을 땐 강에 들어가면 된단다. 해가지면 악어가 나올 수도 있으니 밝을 때만 가라고.
그렇게 오카방고 델타에서의 첫 번째 날이 시작됐다.
To be continued...
오카방고 델타에 쏟아진 폭우
오카방고 델타의 야생동물들
오카방고 델타에서 자연 그대로의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