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 아이와 별날 것 없는 가족 이야기
넷플릭스에서 만든 코미디(로튼 토마토 미터:81%) 가족 드라마다. 2017년 시작해 시즌 2까지 공개되어 있다. 시즌 3은 2019년 4월에 제작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아직 공개 날짜가 확정되지는 않았다. (11/6 업데이트: 시즌 3가 이미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다) 원제는 Atypical(이례적인, 전형적이지 않은)이지만, 우리나라 제목은 "별나도 괜찮아"이다. 우리는 "별난 것'에는 '괜찮다'를 붙여줘야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이야기는 자폐증을 가진 18세 소년 샘Sam을 중심으로 샘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 들, 크게는 가족, 알바 동료이자 베프, 학교 친구들, 정신과 의사와의 에피소드를 그린다. 특히 현실 남매 같은 샘과 그의 쌍둥이 동생 케이시casey의 케미가 너무 좋아서 극이 더욱 따뜻한 느낌이었다. 이후에 케이시가 나오는 장면만 계속 돌려 보고 sns를 찾아보는 등 덕질을 하기도 했다. (연기는 사이드 잡이고 원래 밴드에서 노래한다고 한다. 어쩐지.)
자폐증을 가진 샘이 별 탈 없이 잘 성장하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가족 구성원들이 자기 삶의 한 쪽을 샘에게 내어주며, 스스로 만들어내고 지켜낸 수많은 프로토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흥미로운 것은 '여기 훌륭한 가족이 있습니다.'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희생이 그들의 삶에 만든 균열과 갈등을 유머와 감동, 막장을 적절히 섞어서 풀어낸 힘에 있다. 꼭 자폐증을 가진 아이가 아니더라도, 문제없는 집안 없고 비밀 없는 부부 없다. 이건 '위기의 주부들'에게만 해당 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극 중 샘의 엄마는 이름이 엘사Elsa인데, 2차원 엘사의 강력한 기억 때문에 '렛 잇 고'를 지우느라 힘들었다. 얼굴이 매우 낯익다고 생각했는데,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위험한 독신녀'의 미친년이며, '돌로레스 클레이본'의 똑똑한 딸 역할을 맡았던 제니퍼 제이슨 리Jennifer Jason Leigh 이다. "아,, 이 언닌 도대체... 제발, 얼굴에 뭘 넣으신 거예요." 늙음은 여배우에게 유독 가혹하다.
샘과 그 친구들의 관계는 '빅뱅이론'(미국 CBS에서 제작한 코미디 시리즈물)에서 셸든Sheldon과 그의 친구들의 관계를 압축해서 보여 주는 느낌인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여러 명이 아니라 한 명만 있어도 세상은 충분히 살만한 것이다. 아니, 사실 동물 친구로도 충분하다. 나에게는 아찌라는 베프가 있었고, 샘에게는 펭귄이 있다.
시즌 1은 8개, 시즌 2는 10개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한 에피소드에 30분 정도이고, 가족 드라마이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보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거기에 자기계발적 환상을 더하고 싶다면, 영문 자막으로 보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빵빵 터진다기보다는 히죽 거리거나 슬쩍 웃게 되는 장면들이 많다. 자폐증 이야기에 대한 클리셰를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 같지만 여전히 잘 팔리는 자폐아 스토리 속의 주인공은 잘 생기고, 머리 좋고, 현자 같은 농담을 툭툭 던지는 멋진 괴짜cool geek의 모습을 벗어나지 않는다.
넷플릭스가 무엇이든 돈을 들여 스케일을 크게 만드는데, 언젠가 이런 이야기도 모두 미래로 보내서 CG로 떡칠한 자폐아 가족 이야기가 만들어 질지 모르는 일이다. CG, 폭력, 섹스 없이도 볼 만한 드라마는 만들어진다. 시즌 2에서 드러난 갈등이 어떻게 폭발되고 해결될지 궁금하다. 시즌 3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넷플릭스에서 전편을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eHh4U-QYw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