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먹을 것인가: 아침 식사에 대하여
회사에 다닐 때는 아침을 먹지 않았다. 일어나자마자 바로 회사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생활의 반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면 아사직전 상태가 되곤 해서, 밥을 허겁지겁 많이도 먹었다. 모두들 그런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인지, 밥을 먹은 후에는 사원도 부장도 제 자리에 앉아 졸음과 한 바탕 전쟁을 치른다. 사무실 전체가 집단 최면에 걸린 듯 멍한 눈동자들이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 바로 앞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데, 정확히 6시 30분에 조회를 하고, 5시 30분에 퇴근을 한다. 그야말로 칼출근 칼퇴근의 현장으로, 창밖으로 사람들을 보면서 몇 시인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사람들이 아침 조회를 하기 위해 모여드는 것을 보고 커피를 내리기 시작하고, 퇴근하는 것을 보면서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퇴사를 하고 생긴 루틴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후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반복된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잡기까지 최소 30일 정도가 걸린다고 하는데, 나의 아침 루틴도 그 기간 동안 매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습관이 된 것이었다. 최소한의 소비로 생활을 유지하면서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 좋다. 삶을 매우 심플하고 경제적으로 만들어주는 비법이다.
이전에는 물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모르고 대부분의 것들을 벌크나 대용량으로 샀다.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와 포장 쓰레기들이 많았다. 지금은 최소한 아침 메뉴는 똑같은 물건들을 사다 보니, 10원 단위까지 기억하고 더 싼 것을 사게 되었다. 생수를 사지 않고 결명자 차를 끓여 먹으니 페트병 쓰레기가 없어졌다. 채소도 벌크로 사지 않고, 하나 두 개씩 포장 없이 들고 올 수 있는 것을 산다. 비닐과 음식물 쓰레기가 줄었다.
하루 보통 두 끼 정도를 먹지만, 아침 식사의 메뉴는 항상 같다. 일주일 간 아침 식비는 15000원 정도다. 막상 쓰고 나니, 별로 싸게 느껴지지도 않네. 그러나 여기서 얼마나 더 줄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로만밀 통밀 식빵/하루에 한 장씩 먹는다: 2,380원
사과/하루에 반 쪽씩 먹는다: 1개/1,000원
삶은 계란/하루에 1-2개씩 먹는다: 30개/4,900원
치즈/하루에 한 장씩 먹는다:10개/4,000원
블루베리 잼/냉동 블루베리로 직접 만든다: 1팩/8,900원
커피/아메리카노를 하루에 0.8리터씩 마신다: 1킬로 원두/16,900원
{커피}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커피를 내리는 일이다. 첫 잔은 매우 연하게 내려서 마시고, 다시 한두 잔을 진하게 마신다. 예가체프 아라비카 원두를 킬로에 16,900원 사는데, 한 달 정도 마신다. 더 이상 커피숍을 가지 않기 때문에 좋은 원두를 사서 집에서 여러 형태로 내려 먹는다. 오전에 밖에 나갈 때는 작은 보온병에 싸 가지고 나간다.
{블루베리 잼} 아로니아가 쌀 때는 생 아로니아와 함께 블루베리를 같이 섞어서 잼을 만든다. 시판되고 있는 잼들은 보통 과일:설탕의 비율이 1:1이지만, 직접 만들면 설탕량을 조절할 수 있다. 나는 설탕을 아예 넣지 않거나 0.1 정도의 비율로 넣는다. 조금씩 자주 만들어 먹는데, 만드는 것도 초간단. 나는 요리 무식자로 처음엔 거대한 사탕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최소한 떠먹을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있다. 1팩으로 2-3달은 먹을 수 있다.
{과일} 제철 과일을 먹는 것이 가장 싸고 맛있다. 이마트나 재래시장 과일 가게에 무더기로 쌓여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사야 할 것이다. 얼마 전까지 초록 사과를 먹었는데, 지금은 홍로를 먹는다. 단 맛이 기가 막히다. 크기가 좋은 홍로 사과는 한 알에 900-1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달걀} 익히 알려진 대로 가장 싸고 흔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프라이보다는 삶아서 먹는 것이 몸에 좋다고 한다. 아침에 한 알씩 먹는데, 하루 세 알을 넘지 않는다. 4000-6000원 정도에 한판을 구입해서 2-3주 먹는다. 쌀 때 쟁겨 둘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