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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리 Sep 25. 2019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 찾기

미니멀리즘과 행복의 상관관계란  

뻔한 주제에 뻔한 결말이 예상되는 것은 둘째 치고, 이 유치한 제목은 도대체 어쩔. 그러나 이미 영화관 안에 들어와 앉아 있다. 이래도 안 사? 이래도? 하는 온갖 화려한 광고의 유혹을 10분 넘게 견디고 나면, '살아가는데 물건이 뭣이 중헌디'를 묻는 영화가 시작된다. 


테드TED 강의로 한 다면 20분 이면 끝날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다 보니, 개연성이 부족하고 지루한 장면들이 많았다. 영화에 강박처럼 들어간 로맨스가 뭔가 조화롭지 못한 느낌도 있다. 그러나 행복에 연애가 빠질 수는 없지. 그나마 꽤 영리한 패러디, IT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자잘한 유머, 독일에 대한 셀프디스로 근근이 스토리를 이어간다. 누가 봐도 마크 주커버그인 데이비드가 나올 때마다 정말 웃겼다. 


1980년 이후 태어난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는 풍족한 물질 시대에 태어났다고 가정된다. 전쟁도 없었고 피 묻은 민주화 투쟁을 할 필요도 없었다. 태어나보니 세상이 그랬다. 영화에서 하는 말처럼 눈 앞에 총 맞아 죽어 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 도 안 되는 고문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 세대 사람들은 제 스스로 죽음을 택하기도 하고 가장 불행한 청년 세대가 되기도 했다. 


영화는 "니 들이 고통을 알아? 우리 때는 말이야.. 그래서, 행복이란 말이야......" 이런 고리타분한 얘기들을 하기도 하고, 태생이 부자인 자들이 '가난'을 로맨틱하게 보는 시선도 여전하다. 불편한 지점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10000개 이상의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의 개수가 평균 그 정도라고 하던가. 나도 그렇다. 마시는 차(car 말고 tea)만 해도 평생 먹을 분량을 가지고 있다. 양초도 그렇다. 향수는 말할 것도 없다. 립스틱의 개수만 보면, 입이 10개는 되는 것이 틀림없다. 어쩌다 이렇게 까지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데, 재고와 멘탈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대목이다. 


이 많은 물건 들 중에서 100가지만 고른다면 무엇을 골라야 할까? 삶의 우선순위와 스타일, 취향을 묻는 질문이 된다. 실제로 이런 리스트를 만들고 실행한 사람들의 경험담들이 이미 많다. 이들은 하나 같이 '물건을 가지려고 했던 욕심에서 벗어나니 행복해졌다'라고 말한다. 삶에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무엇인가를 가지고자 하는 욕망은 강력한 동기부여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지옥행 열차 티켓이 되기도 한다. 물건들에게 먹혀 버리기 전에 그것들에서 벗어나야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KUBVl0FG6Yc

영화의 주요 모티브가 된 다큐 <my stuff 나의 물건>


잘 알려진 정리 전문가 마리 콘도의 조언대로, 집 안에 있는 나의 물건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미니멀리즘의 시작이다. 이 물건이 님의 가슴을 뛰게 하나요? 아니요? 그럼 버리세요. 이것도요? 저것도요? 콘도상, 내 가슴이 뛰지 않아요. 내 가슴이... 내 가슴을 벌렁벌렁 거리게 하는 것들은 모두 백화점에 있어요. 


그렇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은 백화점에 두고, 읽고 싶은 책들은 모두 도서관에 두고, 사야 하는 식료품은 가까운 마트에서 보관 중이고, 만화책들은 대여 전문점에서 보고, 게임은 PC방에서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내 오피스텔의 평당 가격을 생각했을 때, 물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주객이 전도된 상황인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집은 꽤 미니멀리즘을 이루었는데, 그 대신 부모님 집 방 하나에 내 물건들을 잔뜩 쌓아놓고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다. (그래요. 난 창고를 빌릴 돈이 없어요.) 


미니멀리즘의 트렌드를 쫓아가고자 하는 욕망에 먹혀버린 것이다. 100퍼센트의 행복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려다 조용히 다시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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