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much is enough or Who the hell R U?
최근 몇 년 유심히 보았던 기사들이 있다. 주로 영미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FIRE(Financially Independence Retire Eearly) 운동에 관련된 것이었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 초반~ 2000년 초반 출생)가 시작했으며, 이들이 30-40대에 은퇴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생활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FI/RE를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경제적 자립이며, 이 자립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더 이상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 않는다'에 있다. 은퇴 나이는 대개 40대 초반. 은퇴자금은 1백만 불(11억)이며, 이 금액에 대해 연 4% 수익률을 만들고, 수익금을 생활비로 쓰는 것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다.
최초 이 운동의 참여자들은 주로 20-30대의 싱글 남성, IT/금융권 종사자들이었다. 고소득이지만 장시간 일하며 경쟁과 스트레스가 극심한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결국은 '지금'의 삶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가 '지금 바로 당장'의 자극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FI/RE는 '근미래'의 행복을 담보로 '지금'의 삶을 재설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상당한 호응을 얻어, 이미 FIRE 운동 얹저리에서 블로깅만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꽤 있을 정도다. 이 '파이어' 움직임이 '욜로'와 대척점에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미니멀리즘이라는 인기 키워드와의 콜라보, 물건에 종속되지 않고,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아가되 나의 독립적인 존엄성에 의지해 살아가겠다는 의지. 그렇기에 이것은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라이프스타일과 4%의 수익률을 어떻게 낼 것인가의 문제.
FIRE의 움직임이 커지면서 서브 카테고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lean FIRE, fat FIRE, barista FIRE의 3개 카테고리로 분류한다.
Lean FIRE, 최소한의 자금, 보통 1백만 불(11억)로 30-40대에 은퇴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FIRE 움직임의 원류에 해당하는 극단적인 생활비 축소에 해당하는 경우다.
Fat FIRE, 지금의 생활에서 큰 변동 없이 저축과 투자를 병행한다. 40-50대에 3백만 불(30억 원 이상)로 은퇴하게 된다. FIRE의 라이프스타일이 꼭 미니멀리스트일 필요는 없다는 것에서 나온 것이다.
Barita FIRE, lean FIRE로 조기 은퇴 후 스타벅스 등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한다. 미국에서 의료보험을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것에 의미를 두긴 하지만, 은퇴 후 최소한의 사회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Reddit의 메시지 보드를 확인해 보면, 매주 3-40여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재무 상태와 목표를 공유하고, 조언을 받는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정보들을 공유하고 사람들의 코멘트를 듣는 것이다. 상당히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이 이런 움직임에 참여하고 있다. 직장을 시작하면서 은퇴를 준비하는 것인데, 분명 일을 시작하고 10-15년 안에 은퇴를 하기 위해서는 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그 기간 동안은 얼마나 돈을 많이 벌 수 있는가가 의사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조언은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에서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FIRE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4가지다.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할 것인가.
그를 위해서는 얼마가 필요한가.
필요한 수익률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은퇴 후의 삶은 무엇을 할 것인가.
내 '지금'행복의 마지노선은 어디일까? 나는 도대체 얼마가 필요한 것일까? 2019년 드디어 Lean FI/RE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은퇴자금이 마련되었다. 내 라이프스타일을 확인했고 이에 맞는 수익률을 만들기 위한 시스템도 얼추 갖추었다. 그렇게 만 40에 은퇴를 했지만, 2020년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일이 주는 상실, 성취, 절망, 희망, 소속감, 공허함 같은 이 단짠단짠의 복잡한 감정들이 나를 살아있게 한다. 돈을 위해 일하지 않아도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결국 FI/RE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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