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s are a jungle gym, not a ladder.
중년 백수 + 10개월... < 자유自由- 여유餘裕-향유享有-사유思惟-공유共有-치유治癒>로 이어지는 이 '유'자 돌림의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가는 와중에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막막함으로 현타를 때려 맞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었다.
더구나 은퇴 뒤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유목민 같은 삶을 살아보려고 작정했던 나는 코로나 어퍼컷으로 정신이 혼미해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많았다. 나는 심지어 신경 쓸 가족도 없다. 하루는 일주일 같이 길고, 일주일은 하루처럼 쏜살같이 지나가 버렸다. 나쁘지는 않지만 100세까지 이렇게 살 수 있겠어? 100세까지 사는 게 내 인생의 최악의 케이스가 되어 버리는 것 같은 이 느낌은 도대체 뭐야?
나의 빈약한 상상력으로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보며 만족하긴 힘들다. 내 두 발로 흙을 밟아 보고 싶어. '한국인의 밥상'을 빼놓지 않고 보지만, 최불암 아저씨가 먹는 걸 보는것 보다 내가 직접 먹는 게 더 좋아. 만지고 싶어. 난 아날로그 시대 사람이라고.
슬로우라이프에 명상을 더하며 살기엔 40대는 생각보다 젊어요. 일에 미쳐 생활이 엉망일 때는 명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일이 없는 지금, 나의 삶이 명상이 되었다. 이제 문제는 내가 명상적 인간인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일일 뿐.
어떤 사람들은 70대 같은 40대를 산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그거 해 봤는데"로 시작해 "그거 안돼"로 끝나는 이 해봤충들은 세상 다 산 얼굴로 중년을 허비한다. 해마다 새로운 영화가 나오고 새로운 책이 나오고 새로운 음악과 미술품이 탄생하는 오늘. 초대장을 받아 '클럽하우스'에 들어가 쓰레기 연설을 듣고 있는 지금. 네가 뭘 그렇게 해봤는데?
별 볼일 없던 나는 일을 다시 시작했다. 모르는 것이 많다. 새로운 것을 배운 다는 것은 언제나 신나는 일이다. 신개념의 똘아이들을 만난다. 너희들도 진보했구나. 변하지 않은 건 쌍쌍바뿐이로구나.
커리어는 사다리가 아니라 정글짐이다. “Careers are a jungle gym, not a ladder.” As Lori describes it, ladders are limiting—people can move up or down, on or off. Jungle gyms offer more creative exploration. There’s only one way to get to the top of a ladder, but there are many ways to get to the top of a jungle gym." (Sheryl Sandberg, COO of Facebook)
커리어의 사다리를 오르며 성장한다고 느꼈던 적도 있다. 그것 만이 목표인 적도 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 높이 올라가 더 돈을 많이 받을지 고민했다. 내가 왜 승진해야 하는지 설득하기 위해 며칠 동안 긴 이메일을 쓴 적도 있다. 그러나 100살이 길게 느껴져도 끝은 끝이듯, 커리어에도 끝이 있었다.
내 인생을 합리화하려고 커리어의 모형을 사다리에서 정글짐으로 바꿨다. 나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은 언제든 바꿀 수 있다. 정글짐이 된 이상 어디로 갈지는 중요하지 않다. 노는 게 중요하다.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면 우리는 모두 어차피 집으로 돌아가야 하고, 이 놀이는 끝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100세 인생의 묘미는 내일 내 삶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긴장감에 있다.
내일은 모르겠다. 오늘이 즐거워야 한다. 코로나에 종식이라는 것이 온다면, 나는 내 삶을 또 어떻게 합리화하려고 할지 모르겠다. 물론, 운이 좋겠도 내 삶에 대한 이유와 해석은, 보통의 나에겐 내가 하는 것 만이 유효하다. 그래서 오늘도 말해 본다.
"그래,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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