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클루니 씨의 묵시록
2049년 2월, 북극. 늙은 조지 클루니 씨가 혼자 앉아 밥을 먹고 있다. 영화는 말한다. 제군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조지 클루니가 늙었고, 지구는 망했다. 전 지구적 욕망의 결정체였던 '젊음'이 사라진 지금, 이 지구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나도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늘, 곧 닥쳐올 재앙을 걱정했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내가 국민연금 받을 차례가 되기 전에 지구가 망할 줄 알았어. 호모 사피엔스의 묵시록은 플라스틱에 쓰였고, 환경 문제가 우리의 뒤통수를 날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정신이 사나운 가운데 '그러다 네들 죽는다'는 이 주술적 메시지의 영화가 위스키를 부르네.
황량한 얼음 땅, 바람만이 존재하는 북극 바르보 천문대에 홀로 남은 천재 과학자. 그는 신장병 말기로 지구 최후의 그 날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그에게 남은 단 한 가지 미션은 다른 행성을 찾기 위해 지구를 떠났던 우주선, 에테르호와 교신에 성공하는 것. 에테르호는 행성 K-23에서 2년의 미션을 수행하고 지구로 귀환 중이다.
에테르호가 발견한 K-23 행성은 인간의 손이 닿기 전 지구의 모습을 닮았다.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고 new home 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미션을 마치고 지구 귀환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웬일인지 지구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지상에 남아 있는 인간은 오직 한 명. 조지 클루니 씨다. 우주가 너무 좋았지만, 산드라 블록 중심으로 돌아가며 자신은 너무 빨리 죽어서 아쉬웠던 '그라비티'의 미련 때문인지, 그는 북 치고 장구치고 연출하고 주연한 우주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특유의 너스레와 섹시함과 장난기도 버렸다. 수염과 주름으로 잘생긴 얼굴도 가렸다. 그리고 '나마스테'의 상당히 정적인 영화가 탄생했다.
화면이 차갑고 아름다워서 넋 놓고 보았다. 특히 피와 관련된 양 극단의 장면들. 지상에서의 혈액투석과 우주에서의 출혈 장면. 무중력 상태에서의 출혈 장면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더 끔찍했다.
온갖 역경을 헤치고 교신에 성공한 그가 전한 메시지는 간단하다. "지구 손절, 다른 별 고고"
마침 여주인공 펠리시티 존스가 캐스팅 후 임신을 하게 돼, 아예 시나리오를 바꾸고 원작(Good Morning Midnight by Lily Brooks-Dalton)과 다른 캐릭터 설정을 가져가게 되는데, 이렇게 해서 임신한 부부가 최후의 인류가 되어 미래의 땅으로 떠나게 된다.
조지 클루니 씨는 이 영화로 구원의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고 했는데, 나에게는 잘 전달되지 않았다. 싱글이기 때문이다. 자웅동체의 기능을 가지지 않는 한, 싱글의 생존은 인류에 무의미하다. 나는 입을 삐죽 거리며 이 지구 최후의 부부는 과연 인터넷과 택배 없이도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다.
도대체 저 여자 아이는 뭘까로 끝까지 나를 헷갈리게 했던, 아름다운 영상미의 영화. Lily Brooks-Dalton의 원작을 찾아 읽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