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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리 Dec 29. 2020

The Midnight Sky

조지 클루니 씨의 묵시록  

2049년 2월, 북극. 늙은 조지 클루니 씨가 혼자 앉아 밥을 먹고 있다. 영화는 말한다. 제군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조지 클루니가 늙었고, 지구는 망했다. 전 지구적 욕망의 결정체였던 '젊음'이 사라진 지금, 이 지구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나도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늘, 곧 닥쳐올 재앙을 걱정했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내가 국민연금 받을 차례가 되기 전에 지구가 망할 줄 알았어. 호모 사피엔스의 묵시록은 플라스틱에 쓰였고, 환경 문제가 우리의 뒤통수를 날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정신이 사나운 가운데 '그러다 네들 죽는다'는 이 주술적 메시지의 영화가 위스키를 부르네. 


황량한 얼음 땅, 바람만이 존재하는 북극 바르보 천문대에 홀로 남은 천재 과학자. 그는 신장병 말기로 지구 최후의 그 날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그에게 남은 단 한 가지 미션은 다른 행성을 찾기 위해 지구를 떠났던 우주선, 에테르호와 교신에 성공하는 것. 에테르호는 행성 K-23에서 2년의 미션을 수행하고 지구로 귀환 중이다.  


에테르호가 발견한 K-23 행성은 인간의 손이 닿기 전 지구의 모습을 닮았다.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고 new home 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미션을 마치고 지구 귀환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웬일인지 지구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지상에 남아 있는 인간은 오직 한 명. 조지 클루니 씨다. 우주가 너무 좋았지만, 산드라 블록 중심으로 돌아가며 자신은 너무 빨리 죽어서 아쉬웠던 '그라비티'의 미련 때문인지, 그는 북 치고 장구치고 연출하고 주연한 우주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특유의 너스레와 섹시함과 장난기도 버렸다. 수염과 주름으로 잘생긴 얼굴도 가렸다. 그리고 '나마스테'의 상당히 정적인 영화가 탄생했다.

화면이 차갑고 아름다워서 넋 놓고 보았다. 특히 피와 관련된 양 극단의 장면들. 지상에서의 혈액투석과 우주에서의 출혈 장면. 무중력 상태에서의 출혈 장면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더 끔찍했다. 


온갖 역경을 헤치고 교신에 성공한 그가 전한 메시지는 간단하다. "지구 손절, 다른 별 고고" 


마침 여주인공 펠리시티 존스가 캐스팅 후 임신을 하게 돼, 아예 시나리오를 바꾸고 원작(Good Morning Midnight by Lily Brooks-Dalton)과 다른 캐릭터 설정을 가져가게 되는데, 이렇게 해서 임신한 부부가 최후의 인류가 되어 미래의 땅으로 떠나게 된다. 

조지 클루니 씨는 이 영화로 구원의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고 했는데, 나에게는 잘 전달되지 않았다. 싱글이기 때문이다. 자웅동체의 기능을 가지지 않는 한, 싱글의 생존은 인류에 무의미하다. 나는 입을 삐죽 거리며 이 지구 최후의 부부는 과연 인터넷과 택배 없이도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다.   


도대체 저 여자 아이는 뭘까로 끝까지 나를 헷갈리게 했던, 아름다운 영상미의 영화. Lily Brooks-Dalton의 원작을 찾아 읽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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