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의 하루
스타트업에서 중요한 일 중 하나는 투자를 받는 일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30여 개의 등록된 창업투자사(흔히 창투라고 일컫는)가 있는데 이 중에 한 번이라도 펀딩을 한 회사는 반도 되지 않는다. 이렇게 소위 창투사가 많이 늘어난 배경에는 정부가 뒷받침 한 돈이 있고, 요즘 이 돈도 받지 못하는 스타트업은 회사라고 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다. 정부는 호구 잡혔다.
어떤 투자사의 심사역들은 단 한 번의 운 좋은 성공으로 스스로를 신의 자리에 올리고, 마치 모든 업계 성공의 방정식을 꿰뚫은 듯, 비장한 어투로 너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곤 지가 가진 적은 없지만 한 달은 타봤다는 람보르기니의 승차감은 어떠니 맥라렌은 어떠니 하며 떠들어 댄다. 이 아니꼬운 부의 자랑은 숨이 막힌다.
대부분 실무 경험은 초라한 컨설턴트다. 이 나라에는 왜 이렇게 컨설턴트가 많은지 듣보잡의 컨설턴트가 와서 설친다. 이들은 스스로를 컨설턴트라고 부르는 1인 창업자로, 책 몇 권으로 세상의 이치를 꿰뚫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궤변에 능하다. 데스크 리서치로 모든 것을 배운 이들은 인터넷에 떠 돌아다니는 이런저런 수치를 긁어와 마치 자기가 경험한 수치인 듯 떠들어댄다. 자, 또 묻는다. 네가 뭘 그렇게 해봤는데?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은 이렇게 별 우스꽝스러운 것들이 다 와서 한 마디씩 거드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가 중심을 잡고 있지 못하면 이건 백퍼다. 갑분싸로 너를 챌린징 하겠다며 쏟아내는 질문도, 개소리인 경우들이 많다. 그냥 술이나 마시라고. 정색한 얼굴로 뭐라도 되는냥 분위기 깨지 말고. 너만 작정하고 쏟아 낸 질문을 왜 내가 왜 술 마시다 대답해야 하는데? 왜 그 질문은 회의시간엔 못 하는 건데?
이 투자자는 어디서 횡령 배임을 하다 걸린 것인지. #Potential Criminal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그래서 다른 VC에서 잘렸다. 도대체 내가 왜 저런 인간과 섞여야 할까. 대표는 갑자기 살인/폭행/강간이 아닌 이상 괜찮지 않나요? 이 세상에 사업하는데 깨끗한 사람이 있나요? 님은 그렇게 깨끗한가요? 나도 더러워요. 라며 갑자기 동급 쓰레기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시작한다.
구토증이 몰려왔다. 이 세상에 깨끗한 사람이 있나요? 하며 물타기 하는 사람들을, 나는 참 몹시 싫어한다.
그래요? 저는 이제껏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것이 없는데요. 나를 아무리 탈탈 털어봐라. 나올 건 내가 낸 세금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번 돈이 네들 보다 적다면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선택이라면 선택이니.
돈 이면 다 되는 이 악덕 VC 놈들은 그냥 쓰레기다. 물론 생각 있는 VC들이 대 다수(일 것이라고 생각해야지)겠지만, 내가 만난 12개 사중 쓰레기는 2개였다. FOMO(Fear of Missing Out)의 노예인 VC들은, 누가 하나 안 하나를 노려보며 눈치 게임을 하면서 몰려다닌다.
나는 확실히 스타트업에 환상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스타트업에 수지도 없고 김선호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 역할이 많아진다는 그것(어차피 회사는 창업자의 것이다. 내 일만 많아진다). 자유도가 높다(고 여겨지지만, 별다를 것이 없는) 그것. 이건 내가 지분을 받고 들어와도 마찬가지다.
그저 리소스 없이 무언가 이루어 내야 한다는 압박을 견뎌야 하는 그곳. 스타트업은 J 커브 성장을 담보해야 한다. 인턴들의 열정을 담보로 커 가는 그곳.
오늘 화가 많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