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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리 Apr 14. 2021

생일 밤 혼자 있으면 아싸인가

혹은 앗싸 인가

4월 14일. 내 생일이다. 지난주 회사 인턴이 물었다. 생신에 뭐하실 거예요? (뜻밖의) 어떻게 알았어요, 생신이라...... 글쎄. 일단 평일이니까 퇴근하고 너랑 있으려고 했는데요. 혹시 약속 있어요? 


20대에는 생일에 혼자 있는 것을 상상해 보지 못했다. 


연중 무슨 무슨 데이로 잘 알려진 14일은 유독 4월에 잔인하다. 블랙데이라니. 로맨틱함이라고는 1도 없이 허구한 날 짜장면이나 먹으러 가자로 끝나던 나의 이 운명적 생일은 중년의 고독과 어정쩡한 수요일을 맞아 혼자 맞이 하는 밤으로 남았다. 


(#아, 오늘 정말 회사 가기 싫었지만 습관성) 출근.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퇴근길 여정은 항상 내가 사는 건물 지하의 GS슈퍼로 이어진다. 장동건 씨가 쌓아 놓고 먹는다는 와인이 할인 프로모션 중이다. 나는 원래 이런 이벤트에 현혹되는 일이 없는 이성적 인간이지만, 오늘만은 누군가와 교감을 나누고 싶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 아닌가. 우리 오피스텔에는 주로 20대가 사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것은 틀림없이 나를 타기팅 한 마케팅인 것이다. 이른바 초개인화다. 

안주는 우리 동네의 자랑거리 내 고향 만두다. 이 만두는 내가 일주일 전 처음 먹은 뒤로 매일매일 사 먹고 있다. 나는 만두를 좋아한다. 2004년 이른바 쓰레기 만두 파동으로 난리가 났을 때도 나의 만두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친구들은 나에게 올드 보이냐며 놀렸다. 내가 오대수처럼 갇혀 15년을 만두만 먹었다면, 글쎄. 지금의 사랑은 증오로 바뀌었을까. 세상엔 만두 총합의 법칙이 있을지 모른다. 애초에 평생 먹을 수 있는 만두의 양은 정해진 것이다.


사람들이 생일을 축하해준다. 평범한 우리가 "축하"라는 것을 받을 수 있는 일 년 중 가장 복된 날이다. 카카오에서는 어제 생일 알람을 지웠는데, 페이스북에서는 그것을 하지 못했다. 몇몇이 생일 겸 안부를 물어왔다. 성실히 답변하였다. 남은 친구들을 잘 지키기 위해서다. 나는 아싸의 길목에 섰다. 


어제는 엄마의 생신이었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축하 파티를 했다. 합동 생일파티로 이름 붙였지만, 물론 엄마의 생신에 온 가족의 축하를 몰빵 했다. 축하 노래를 하며, 덤으로 내 이름이 불렸지만 별 감흥은 없었다. 


나는 오늘 혼자 불을 켜 놓고 청승맞게 노래도 부르고 조각 케익 위에 더럽게 많은 수의 초에 불을 붙이고 후~ 불었다. 나이 한 살을 더 먹은 것을 확정 짓는 이 날이 서글프기도 하고, 무사하게 살아온 1년이 다행스럽기도 하다. 앞으로 살아갈 새로운 날 들이 기대되기도 하고,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는 이 인생이라는 것이 불안하기도 하다. 


분위기가 무르익어서 기분이 좋아진 나는 혼자 쑈를 하며, "사장님, 10분만 더 넣어주세요." 노래도 하고, 음악 듣고, 춤도 추고, 와인도 마시고, 글도 쓰고, 영화도 보며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다 했다. 


앗싸. the best birthday ever!!!




Photo by Pop & Zebr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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