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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리 Apr 19. 2021

뜻밖의 자가격리 14일

보건소에서 문자를 받았다.

지난주 나의 거룩한 생일 다음 날, 회사 동료(이하 A 씨)가 Covid-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A 씨와 같은 층에서 근무 하긴 했지만, 그는 회사에 일주일 중 2번 나오는 파트타이머이고, 그와 분리된 사무실을 쓰고 있었다. 서로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에, 별 상관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회사 지침대로 그날 바로 검사를 받았다. 


긴 봉으로 목과 코를 쑤시는 이 테스트를 받을 때, 방호복을 입은 분들의 "잘하고 있어요. 3초만 참으세요. 잘했어요. 잘했어요."의 응원의 목소리에도, 생각지 못한 아픔에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굴욕을 겪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나중에 이것이 비염 걸린 사람들이 병원에 갈 때마다 일상적으로 겪는 고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 날 나는 다행히 "음성"이라는 문자를 받았으나, 이틀 후 검사를 받은 동료들 중 또 다른 확진자(이하 B 씨)가 생기면서 회사 쪽에도 역학 조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는 역학 조사 팀에서 전화를 받은 것이다. 


그렇다. 나는 B 씨와 회의 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역학 조사 팀은 CCTV를 모두 확인했다고 한다. 1시간 30여 분간의 회의가 진행되는 와 중에, 그가 회의실에서 나와 '여러 차례' 정수기에서 물을 받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그가 (당연히) 물을 마시며 마스크를 수차례 내렸을 것이라고 추측하기 때문에, 회의 실에 있던 모두가 자가격리를 하게 된 것이다. 


나는 물을 마시는 것은 매우 좋은 습관이니, 이번 일이 그에게 트라우마를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회의를 하며 그렇게 속이 탔니? 답답했지? 나도 그래. 회의는 이제 모여서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나는 그 전화를 받을 당시,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습관처럼 집 지하의 슈퍼에 들러 뭐 살 것이 없나 얼쩡거리고 있었는데, 지금 밖이라면 집으로 당장 돌아가라는 말에 조종되어 들고 있던 것을 모두 내팽개치고 집으로 뛰어들어왔다. 서예지급의 말솜씨를 가진 담당자의 통화였다. (미안합니다. 이 에피소드가 너무나 흥미로워 한번 써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나는 오늘 하필 친구를 만났는데요. 어떡합니까. 일단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했다. 이런 민폐가 다 있나. 혹시라도 내가 기간 중에 양성이 되면, 너도 검사 대상이 될 것 같다. 친구가 마침 백수라서 괜찮다며 알겠다고 한다. 백수 만세다. 


막상 전화도 받고 문자를 받으니, 없던 두통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이를 어쩌나. 원래 집순이였던 나도, 무궁무진한 나갈 수 있는 잠재력 속에 살 고 있었던 것이다. 나갈 수 없다고 하니 왜 이렇게 좁은 집에 혼자 살고 있나 하는 알 수 없는 좌절감이 들어 이사계획을 세우기 까지 했다. 


지금 회사에서는 자가격리 조치를 받은 사람들끼리 따로 팀 채팅을 하고 있는데, 어찌나 말이 많은지 알람을 꺼놓았다. 이것은 외부와의 격리와 불안감이 만들어낸 메타버스다. 말 많은 세계. 내가 특히 싫어하는 세계다. 


앗뜨. 술이 없어. 이 참에 전통주에 맛을 들여야 하는 가. 아니야. 면역력을 길러야 하잖아. 신기하게 입맛이 떨어졌다. 그저 거실에 앉아 나갈 수 없는 현관문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이를 위반하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9조 3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고 쓰인 쪽지가 여러 장 배달되었다. 보건소로부터 격리 통지서를 받고, 체온계와 각종 물품들을 받았다. 시청 담당자와 통화를 하고, 자가격리 앱을 깔아, 체온 기입을 시작했다. 


확진자 두 명 중 최초의 한 명은 입원을 했다. 열이 오르고 목이 딴딴하게 부풀어 올랐다고 했다. 한 명은 무증상으로 무슨 무슨 연수원으로 들어갔다. 


엄마와 동생이 반찬과 맥주를 싸 들고 와 문 앞에 두고 가셨다. 

생화와 유칼립투스를 왕창 주문하고 가구 배치를 바꾸었다. 

생전 입지도 않던 옷 들을 주워 입고 곱게 화장을 한 채 화상회의들에 참석했다.  

혼자 앞머리를 잘라 보았다. 


망했다. 





Photo by Priscilla Du Preez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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