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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리 Jun 01. 2021

40대 직장인의 자살과 네이버

살아있는 사람들의 지옥

며칠 전 네이버에 다니던 40대 남성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인터넷 상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은 신재경 씨로 네이버에서 지도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책임 리더이다. 네이버와 그 전 직장 넷마블 게임에서도 평소 폭언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고 하니 꽤나 전적이 화려한 인물이었던 듯하다. 


서울대학교 동문이었던 네이버 COO 최인혁 씨가, 직원들의 반대에도 자신이 책임진다며 재입사를 시켜 또다시 직원들에게 지옥을 선사했고, 한 사람이 죽음에 이르렀다. 어떤 만남은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절망의 골짜기로 나를 밀어 넣는다. 이런 쓰레기들로부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쳐 나오는 것이 상책이다. 일단 내가 살아야 앞 날을 도모할 것 아닌가. 


어딜 가나 학연으로 짬짬이를 해 먹는 습성을 가진 것들이 있으며, 지들끼리는 심해와 같이 깊고 깊은 이해심으로 서로를 대한다. 그들의 폭력은 오로지 나 보다 약한 사람이나 아랫사람을 향하기 마련이다. 내 기준에서는 참으로 못난 놈들인데, 저렇게 잘 풀려서 대기업 COO도 해 먹고, 어디 책임 리더도 해 먹고 그런다. 


아직은 경찰이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한다. 네이버는 이미 입 닦고 모른 척하고 있지만, MBC 뉴스에서도 나왔으니 그들이 정정 보도를 한다면, 나도 이 포스트를 정정하겠다. 저 최인혁 씨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씨의 최측근으로 넥스트 사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라고 하니, 전사적으로 물타기를 잘 시켜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들끼리는 저런 걸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라고 하려나? 돈이 말하는 세상이다.


조금 몸 사리고 있으면 뭐 형이 다 알아서 해주겠지. 조직에서 이탈자들이 생기겠지만 별 상관은 없을 것이다. 언제나 대체재는 존재한다. 들어오고 싶어 하는 사람 널렸거든. 그러는 와중에 저 사람은 원래 저렇지 하며 그냥 그렇게 넘겨 버릴 수 있는 정신 승리자도 생겨난다. 이걸 참아내야 내가 어디 가서도 조직생활을 잘하지. 저 사람에게도 배울게 있는거야. 별걸 다 배우는 이 망할 놈의 인내형 적자생존이다. 


죽은 사람을 탓하기도 싶다. 약해빠진 정신력과 예민함. 죽긴 왜 죽어. 사는 게 힘들지. 자살한 사람들에게는 항상 따라붙는 댓글이지 않은가. 


점심시간에 회사에서 이 이야기가 나왔다. 누군가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며 머리를 가로지었다. 왜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죽는지 모르겠어요. 아니, 회사를 그만 두면 되지, 왜 자살을 하지? 아니지, 내가 죽을 게 아니라 나를 괴롭힌 그 새끼를 죽여야지. 저는 혼자는 절대 안 죽을 거예요. 


몇몇이 맞아 맞아하며 맞장구를 쳤다.  


그래, 차라리 그게 낫다. 이 세상에 필요 없는 인간은 없어라고 생각하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잘 안된다. 죽어 마땅한 인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전두환) 


그런데 나도 한 때 직장이 내 세계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진 적이 있었다. 사무실에서 시작된 그 세계가 내 모든 시간을 차지하고, 내 머릿속 까지 차지 해 버린 것이다. 게다가 남 죽일 생각은 못하지. 내가 없어지는 게 낫지. 쓰레기 같은 인간들을 만나 자존감에 상처를 받게 되면 나 자신에 대해 끊임없는 의심을 하게 된다. 사람 하나 조직에서 병신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다. 많은 수가 그런 환경에 놓이면, 권력에 순응하여 알아서 납작 엎드리고, 알아서 강자의 수발을 든다. 


예전 회사에서도 걸핏하면 직원들을 엎드려뻗쳐 시키던 팀장이 있었는데, 그가 그런 행동으로 인사팀의 경고를 받는데 5년이 걸렸다. 잘린 후에도 어디 가서 또 그런 짓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 그렇게 쉽게 안 변한다는 건 진리다. 


마음이 좋지 않다. 아니, 화가 난다. 같은 업계 사람이 죽었다. 그가 느꼈을 감정의 폭풍이, 절망감이, 외로움이, 증오가, 미움이, 그리고 남겨진 이들에 대한 걱정과 미안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사라지고, 또다시 밀려왔다 사라진다. 


네이버는 힘이 세다. 검색 키워드와 뉴스 노출을 컨트롤한다. 불리한 것은 뒤로 살짝 숨겨버린다.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 중 

살아있는 사람들의 지옥은 미래의 어떤 것이 아니라 이미 이곳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지옥에서 살고 있고 함께 지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옥을 받아들이고 그 지옥을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것의 일부분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위험하고 주의를 기울이며 계속 배워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즉 지옥의 한가운데서 지옥 속에서 살지 않는 사람과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려 하고 그것을 구별해 내어 지속시키고 그것들에게 공간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하기 위해 바둥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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