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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리 Jun 29. 2021

오만과 편견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사랑인가.

나는 작년에 용산에서 광명으로 이사를 왔다. 아모레퍼시픽 사옥과 연결된 용산 오피스텔은 비록 원룸이지만 두면이 모두 창으로 한강뷰가 일품이었다. 나는 2년 전세 중 1년을 백수로 보내며 매일 한강에 커피를 싸들고 나가 날아가는 새들을 바라본다던가, 음악을 듣는다던가, 국립중앙박물관 아세아 관에서 도자기를 보며 반나절을 보낸다던가 하며 허성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 4억 5천짜리 전세(원룸인 주제에)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2억대 전세를 찾는 것이 백수에게 어울릴 것이라는 판단으로 광명역 근처 오피스텔로 옮겨왔는데, 크기가 비슷한 신축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광명역에 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재취업을 하게 된다. 


광명역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가족중심의 동네여서 출근을 할 때마다 '피리 부는 아저씨'가 되는 느낌이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 아파트를 나와 수십 명의 초등학생들과 함께 길을 건너는 이 경험은 작금의 저출산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접하기 힘든 광경일지 모른다. 아파트 상가 식당마다 줄줄이 주차되어 있는 킥보드들을 봐도 이것은 팩트다.


방 하나에 거실 하나인 이 집은 혼자 사는 나에게 숨 쉴 만큼의 공간을 제공한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여기는 오피스텔마저 커플들이 살고 있고, 다양한 나이 대의 남녀들이 보인다. 나는 "여기서도 아기를 키우더라"라고 편견에 사로잡힌 얘기를 했다가 동생에게 혼이 났다. 


언니, 여기 작지 않은 공간이야. 왜 그렇게 말을 해?  


어느 날 나는 어떤 커플과 엘리베이터를 함께 탔다. 남자가 스피커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은 내가 가장 경멸하는 행위 중 하나인데, 여자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다. 유유상종인 것이다. 


나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여기 혼자 탔어요?"라고 물었지만, 대답이 없다. 내 목소리가 너무 작았던 것인지 무시당한 것인지 알 수는 없다. 누군가 나에게 너 그러다 진짜 한 대 맞을 수도 있다고 얘기한 적도 있지만, 참을 수 없는 것이 있는 법이다. 


나는 곧 "용산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싼 동네에서는 이런 일이 있네"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결혼해서 이런 데 살고 있지. 어지간히 능력이 없는 놈인가 보네. 저 여자도 남자 보는 눈이 참으로 떨어지네. 불쌍한 것들. 그래, 너희들은 계속 그렇게 못 배운 채로 못나게 살아라."


이런 저주와 같은 말들을 머릿속으로 퍼부으며 1층에 다다르고, 순간 흠칫한다. 나는 지금 어디이고,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단단히 미쳤군. 


와. 어떻게 이렇게 오만한 생각을 할 수 있지. 이런 사고 또한 내가 경멸하는 것 중 하나다. 나 자신이 역겹다. 왜 나를 이렇게 까지 만들었어? 왜? 이제는 남 탓 까지...그리고 이런 나의 이 이중성에 우울해지기 시작한다.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된 걸까. 


예전에 버스를 타고 집에 오며 크고 길게 통화를 하는 사람을 보고 무척이나 화가 났던 기억이 난다. 내가 왜 네가 빨래를 잘못해서 브래지어 사이즈 줄어든 것 까지 알아야 되냐고요.


그때 나는 화가 치밀어 올라 이런 상상을 했다. 


버스에 타서 3분 이상 일정 데시벨 이상의 목소리로 통화를 하면 전화기가 터져 버리고 통화하던 사람이 산산이 흩어져 죽어 버린다. 그런데 이것은 버스를 더럽힐 수 있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자기 집에 들어가서 죽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집이 임대를 한 집이라면 집주인이 고생할 수 있는데 어떡하지. 


그러다 화가 풀렸다. 나는 문제를 설정하고 해결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아직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고, 아무에게도 맞지 않았다. 그러나  머릿속에서 많은 사람을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죽이고, 편견에 사로잡힌 오만하고 잔인한 말들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나를 스스로 구원하고 깨우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Photo by Alex Hane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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