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샛강생태공원에 대하여
이 사업을 누가 할 수 있을까?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에서 발주하는 생태공원 프로그램 운영관리 민간위탁사업 이야기다. 23만평 규모의 샛강공원에 연 1억5천, 프로그램을 운영할 3명의 인건비와 센터 최소한의 관리수선비 정도다. 일의 범위와 규모 대비 보상은 턱없이 적은 일이다. 민간위탁 과업범위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생태공원에서 프로그램 운영하려면 공원관리, 민원처리는 기본으로 수반된다. 또, 제대로 이 넓은 범위의 공원을 시민들이 누리도록 하려면 샛강을 이용하는 사람이 생태와 연결감을 가질 수 있도록, 다른 사람과 함께 하면서 소중한 것을 함께 가꾸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과 조건에 어느 단체라도 선뜻 입찰에 나설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사업을 맡으면 조합이 또 3년 큰 고생하겠지만, 점차 아름다워지고 있는 샛강과, 샛강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응당 힘들어도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6년간 샛강 변화의 구심점이 되었고 아직은 할 역할이 남아있으니 당연히 한강조합에 위탁하겠지라고 생각했던게 자만이었을까. 한강조합은 위탁심사에서 탈락했다. 시민들은 미래한강본부에 찾아가 담당자와 책임자를 만나 항의하고,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사회관계망(SNS)으로 소식을 전하고 부당한 처사에 목소리를 내고, 미래한강본부장과의 간담회도 나왔다. 이제 우리는 ”왜 민간위탁의 취지를 1,000%, 10,000% 살려 일하는 단체가 떨어졌는가”는 이제 서울시에게 묻지 않는다. 행정소송을 통해 용역사업 과업범위의 적절성, 평가 기준, 심사 구성의 적법성을 따져 볼 것이다. 그사이 샛강을 돌보아야 할 손과 마음, 머리는 지난하고 비용드는 과정을 거드느라 힘이 빠질 테고, 행정소송을 통해 나온 결과는 서울시와 우리 모두를 헛헛하게 할 것이다.
복기해본다. 2019년 2월 사회적협동조합한강은 서울시의 용역을 받기 전부터, 서울시와 협약을 체결하고 샛강에 자원활동을 꾸려 가시박을 걷어내고, 쓰레기를 치우면서 샛강을 가꾸기 시작했다. 2020년 4월, 위탁사업을 받아 정식으로 큰 샛강땅을 가꾸기 시작했다. 위탁예산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공원 식생 및 시설관리 인력을 안정적으로 배정하여 공원을 생태적으로 관리하면서도, 공원 이용자들의 편의도 도모했다. 무장애 숲길도 생겨나고, 아이들을 위한 생태 놀이터, 나뭇가지를 곁대로 만든 생태 탐방로와 다양한 수종들이 이 분들을 통해 생겨났다. 잘 관리된 공원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위탁사업 범위 만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강조합은 한 번 들렀다 소비하고 가는 자연이 아닌 함께 가꾸는 자연이 될 수 있게, 샛강을 기반으로 사람들이 어우러지게 했다.
위탁사업에는 없었지만, 샛숲 사이로 맨발걷기를 하는 사람들, 책을 읽는 사람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멸종위기 야생동물 수달똥을 찾아가는 사람들, 비가 오면 물에 잠기는 쓸모 없는 땅에 식생을 가꾸고 연구하는 사람들, 벌의 삶을 관찰하는 사람들, 숲 안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 매월 한 번 함께 모여 한강 말고도 다른 강을 유람하는 사람들, 샛강의 생태를 설명하고 나누는 사람들, 거동이 어려운 사람들의 산책을 돕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100% 자생적인 것은 아니었다. 사회적협동조합한강이 외부 자원을 유치해 추진한 강의 생태와 문화를 가꾸는 다양한 지원사업 덕분이었다. 또, 샛강에 사람들이 많이 오가자 샛강에는 전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도 생겼다. 주5일 근무하는 직원이 다 할 수 없는, 주말아침 샛강생태공원 방문자 센터를 열고 정리하는 일거리가 생겨났고, 늘어난 공원 이용객에게 샛강을 설명해주는 일거리가 생겨 났다. 사회적협동조합한강은 이러한 일거리들을 잘 그러모았다. 그리고, 일을 구하기 어렵거나, 일할 엄두를 못내는 어르신과 장애인에게는 사회적일자리 사업을 유치하여 샛강관리에 필요한 활동을 버젓한 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내가 한강조합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대 때 환경관련 자원활동을 하다가 만난 귀한 인연들이 한강조합에 있었기 때문이다. 2022년 조합의 이사가 되면서 참참히 조합 활동을 들여다 보게 되었, 그 때마다 조합에서 어떻게 시민과 함께 사업을 만들어왔는지 목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비영리 지원사업은 다른 조직에도 많은데, 유난히 한강조합의 지원사업들은 참여하는 사람과 조직을 신나게 한다는 게 보였다. 그래서 그 비법을 배우기 위해 더 자세히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다음은 내 관찰학습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비영리 지원사업에 재정적으로 풍족해서 신날 일은 거의 없다. 정부 단가에 맞춘 기본적인 인건비와 활동에 들어가는 준비물의 실비다. 그것을 위해서 계획서를 쓰고, 영수증을 붙이고, 보고서를 내야하는 시간들은 활동시간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일을 하는 것은 그 활동이 좋고, 그 활동을 널리 알리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 사람으로서 세상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어서 그 일을 시작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러한 활동가의 진심을 알아주고, 믿어주는 지원기관은 사실 별로 없다. 그저 일당벌이 하는 사람정도로 대우하기 일쑤이다. 그것도 모자라 어떤 지원사업들을 돈을 지원하니, 활동가는 당연히 지원기관이 요청하는 것을 모두 해야 한다는 식으로 일한다. 자연스레 지원을 받는 조직이나 활동가도, 처음에 그 활동을 시작한 마음은 옅어지고, 예산 받고, 일해서 보고서 써내달라는 대로 써냈으니, 내 할 일은 그것으로 끝났다라는 염세적인 염가 공급자, 피고용인 마음이 생기게 된다. 그런데 한강조합은 달랐다.
이름 없이 표안나는 일들, 365일 해도 잘 알아 주지 않는 활동들에 한강조합은 돈을 지원한다는 갑된 마음이 아니라, 당신이 활동이 필요하다고, 가치있다고, 함께 해보지않겠느냐고 샛강에 드나드는 시민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활동의 가치를 알아보고 정성껏 초대하는 것도 모자라, 한강조합의 대표와 실무자가 활동에 때때로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자로 참여하고, 활동의 가치를 직접 느끼고, 다른 사람, 다른 기회를 연결해 주기도 했다. 활동 시작과 끝에는 사무국에 빵이라도 한 봉지라도 있으면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과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함께 하는 구성원으로 대했다. 샛강에 모인 사람들은 신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강조합을 통해 사회적 일자리를 얻게된 이들도 마찬가지로 신남이 느껴졌다. 방문자 센터 문여는 일을 하는 사람은 개장시간이 1시간도 더 남았는데 일찍 출근하기도 하고, 전에는 다른사람에게 말한마디 건네는 것이 힘들어했던 사람은 방문객과 눈을 맞추며 샛강을 설명하게 되었다. 그저 시민이지만, 시간을 내 샛강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장점과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진심으로 알아주는 사회적협동조합한강을 통해, 사람들은 샛강이라는 공간에서 웃고, 일상을 나누며, 맛있는 것을 나누어 먹었다.
서로의 먹을 거리, 일할 거리, 놀 거리, 배울 거리를 함께 하다보니, 함께하는 삶이 즐거워졌다. 샛강에서 한강조합과 함께 활동하는 동안 사람들은 내 돈, 내 행복에서 나아가, 점점 다른 사람, 다른 존재, 세상의 행복에도 신경이 가고, 무어라도 힘보태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그렇게 몇 번 오가다 보면, 샛강 생태공원을 위탁 운영 관리 하는 사회적협동조합한강의 존재를 알게되고, 감사함 마음에 손을 보태거나, 뭐라도 함께 하겠다고 조합원으로 뜻을 모으는 과정의 순환이 이루어졌다.
조합원이 된다고 특별히 대우가 큰 것은 아니다. 조합원 오픈채팅방에 참여하고, 각종행사 안내를 공유받고, 계절마다 오늘 본 샛강자연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 뿐이다. 그럼에도 강의 생태와 사람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구심점으로서의 사회적협동조합한강과 인연을 맺고, 또 다른 좋은 사람과 연결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할 뿐이다. 이러한 신남이 활동을 하면서 얼마나 귀한 감정인가? 귀함과 감사함을 느끼고 신이 난 사람들은 다시 샛강을 처음 찾아오는 사람들의 구심점이 되어 주었다. 한강조합원이 발벗고 나서서 일꾼이 되어 계절마다, 매주 새로운 프로그램이 열릴 수 있었고, 새로운 사람들이 그 프로그램을 통해 샛강에서 즐거운 한 때, 두 때, 세 때를 보내는 기회가만들어졌다.
장애인, 비장애인, 노인, 청년, 엄마, 아빠, 아이들이 다양한 사람들이 샛강에서 거닐다, 놀다, 발견하다, 관심갖게되고, 무어라도 샛강을 위해 하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신입 조합원이 또 들어오게 되었다.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받는 사업비, 강사료만으로 가능 한 정성이었을까? 함께 만나 먹는 밥의 밥값이 더 나왔을 지도 모르겠다. 점점 더 많은 시민의 힘으로 샛강의 생태는 더 다양성을 갖추고, 아름다워졌다. 잡지에서나 볼 법한 유럽의 어느 강 어귀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아름답게 가꾸어진 샛강 생태공원에 대한 감사함은 무엇이라도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 한강조합을 찾는 사람이 자연적으로 늘어났다. 그렇게 시민 945명이 조합원이 모이게 되었다.
“2011년 결혼하고 여의도에 살게 되었고, 2018년에는 샛강 길건너로 이사를 왔지만, 개인적 어려움이 많아서 한번도 샛강에 간적이 없었습니다. 윤중로 보도블록은 걸어보았어요. 하지만 저 밑은 쓰레기와 덤불, 오묘한 냄새에 인적이 없었습니다. 생태체험관은 튼튼한 쇠줄로 잠겨있었어요. 2023년에 윤중초등학교 가족생태체험으로 샛강을 만나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쓰레기장이 숲이 되어있으니 귀신의 조화도 아니고..어찌된 일인가 어리둥절했어요. 이걸 해낸 사람들이 한강조합이라는 것을 알고, 신기하고 고마워서 조합에 도움이 되고 싶어 이런저런 일도 하고 많이 행복했습니다. 한강조합이 아니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분들을 만나고, 삶의 자세부터 배움의 영역까지 정말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늘 조합에 빚지는 느낌입니다. 한강조합은, 세상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아이에게 보여주는 곳이었어요. 세연이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좋은 사람들은 다 한강조합에서 만난 분들입니다. - 강고운 조합원”
“지난해 봄, 딸이 샛강생태공원에서 웨딩 사진을 찍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첫 커플이라고 들었습니다. 여의도와 신길동을 잇는 샛강다리에 서면 샛강 공원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딸이 출근길, 햇살이 퍼지는 샛강 숲을 보고는 가까운 곳에 보석을 두고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여의도로 이사 온 지 5년이 되어갑니다. 샛강생태공원을 마당 삼아 사는 즐거움이 참 큽니다. 샛강은 정말 잘 관리된 자연 그대로의 생태공원입니다. 관리된 곳이 어떻게 자연 그대로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습니다. “꾸안꾸 자연!” 제가 샛강에 붙여준 별명입니다. 꾸민 듯 꾸미지 않은 아름다운 곳이니까요. 서울시가 오랫동안 그냥 내버려두었던 샛강은 가시박, 환삼덩굴 등 생태교란 식물로 뒤덮인 쓰레기 범벅의 땅이었습니다. 6년 전 이곳에 한 시민단체가 둥지를 틀고 활동을 시작합니다. 가시박과 환삼덩굴을 제거하고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이 모이고 따뜻한 공동체가 만들어졌습니다. 그 덕에 저는 혼란이 정리된 아름다운 생태공원을 접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 “꾸안꾸 자연” 뒤에는 많은 정성과 노력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됐습니다. 저도 이 단체에 가입했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삶이 풍요로워졌습니다. 그리고 이 행복은 샛강이 있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 정성후 조합원”
“저도 지금 여의도 주민이기도 하고 또 제가 샛숲사(샛강 숲길을 걷는 사람들 모임)와 또 피아노의 강(피아노 모임)을 참여를 했지만 실은 저는 한강 조합에 대해서 잘 몰랐습니다. 몰랐고 지금 제가 가입을 한 지 지금 두 달이 됐어요. 그리고 그전에는 물론 활동을 했지만 이런 여러 활동들을 하는지를 오늘 처음 또 이렇게 자세히 듣고 실은 울컥울컥할 때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서 되게 많았습니다. 이렇게까지 많은 일들을 했구나 감동을 받았는데요. 저는 이제 여기에 참여하게 됐던 게 작년 퇴임을 하면서 한 학기가 남았는데 건강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예전에) 한강사업본부에서도 학교별로 공문을 보낸 거예요. 여기가 너무 엉망이라고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학교로 공문이 오기를 가서 아이들이 환삼 동굴 그거를 치울 수 있게끔 좀 해달라고 그게 왔어요. 그래서 제가 우리 아이들을 설득해서 우리가 가자라고 했더니 한 20~30명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그래서 부모님도 관심 있는 분은 오셔가지고 여기를 가서 저희가 하는데 그때는 길도 닦여 있지 않았고요. 숲은 너무나 자라 있었고 풀 잡초가요. 그리고 일단 냄새도 심했고 그다음에 쓰레기가 많았고 또 노숙자님들도 계시고 그래가지고 실은 저는 뜻이 있어서 좀 더 여러 차례를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들이 뜻은 참 좋으나 이런 곳에서 아이들이 하고나서 그다음 날 막 피부가 안 좋아지는 애들도 있고 그랬었대요. 그래서 그거를 한 번밖에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랬는데 제가 작년에 내려다본 그 한강 샛강이 너무 달라진 모습에 제가 한번 용기를 내서 토요일 날 내려와 봤어요. 그래서 이 길을 걷는데 너무나 길이 닦여져 있었고 또 숲은 가까워져 있었고 그리고 지나가다 보니까 샛숲사가 이렇게 한 달에 두 번씩 모인다는 그걸 현수막을 보게 된 거예요. 그래서 제가 용기를 내서 실은 저는 막 뭘 이렇게 활동을 직장일도 바빴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닌데 전화를 드려서 몇 번 참여를 했는데 너무나 정말 열심히 하시고 샛강을 가꾸려는 그 모습도 있으시고 또 즐기는 모습도 시민으로서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아이들한테 이 샛강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싶었고요. - 백나미 조합원”
나에게는 다른 시민들처럼 절절한 샛강을 한강조합이 관리운영하기 전후(before/after)의 놀람과 감동의 서사가 없다. 여의 샛강에 근처에 살지 않고, 주말에는 집콕을 좋아하기 때문에, 샛강을 진정으로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안다. 분기별 회의와 행사 때의 분위기, 내가 만나 직접 들어 본 사람들의 위와 같은 목소리가 나를 움직인다. 사회적협동조합한강은 이렇게 지난 5년간 샛강에 온 사람들이 신나게 샛강을 함께 가꾸도록 했다. 이것이 사회적협동조합한강의 사회적 가치이자, 생태공원 프로그램 운영관리 민간위탁의 위탁에 가장 고려되어야 할 수탁기관의 전문성이다. 같은 위탁사업인데, 사업의 질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려 그 성과가 좋다면, 이는 제대로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회사라면 인센티브를 받아 마땅한 능력이고, 장사라면 나갈때 손님 많이 드나들고 집기 잘 유지관리한 것에 대한 권리금을 두둑히 얹어 받을 수 있는 귀한 자산이다. 내 것이 아닌 우리의 것, 공공자원을 잘 관리 운영해준 비영리의 전문성은 무엇으로 인정해 줄 것인가?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믿어주고, 사업을 통해 얻는 교훈을 지속적으로 개선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며, 조직이 내는 사회적 가치, 임팩트가 계속 나도록 마중물을 부어줄 수는 없는가? 왜 시민을 대리하는 서울시는 시민을 대리해서 이 비영리가 신나게 일하도록 하지 못하는 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2024년, 샛강에는 연 4천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다녀가고, 방문자 또한 6년 전보다 6배 가까이 늘어서 3만 명이 넘는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기본 용역사업비 이외에 민간 재원을 지속적으로 유치하여, 상근 활동가 7명 정도가 함께 하면서 공원관리, 프로그램운영, 민원응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비영리로 사회적일자리 지원을 받아 발달장애들인과 어르신, 중장년 30여명이 사회적일자리 지원을 받으며 공원을 풍요롭게 하는 데 필요한 일을 하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참여자가 자유로이 오가면 즐길 수 있는 샛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행사와 공연이 생겨났다.
한강조합이 조직한 자원활동가와 조합원이 홍수와 같은 긴급재난 시, 봄철 식목 때나, 외래 교란종관리에 때때로 샛강 일꾼처럼 일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인적, 물적 자원들은 고스란히 샛강에 투입되었고, 이는 고스란히 샛강의 아름다움이 지속되는데 쓰였다. 미래한강본부는 사회적협동조합한강이 유치한 외부 재원을 새로운 수탁기관에 주어서 그대로 시민 모임이 이루어지게 할 거라 했다. 그러나 새로운 단체가 위탁사업예산과 동일한 예산만 있으면, 사회적협동조합한강 만큼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은 현실적이지 않다.
애초에 위탁용역에 해당하는 일만하겠다고 해서는 지금의 샛강 생태공원은 가능하지 않았다. 시민들이 샛강에서 신나고 행복하게 활동하도록 했던 수탁단체 사회적협동조합한강이 그 자리에서 역할했기 때문임을 인정하고, 이러한 시민단체의 역할을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협력적 방안마련과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샛강과 시민이라는 서울시와 우리의 공동의 목적을 위해서 말이다.
시민들은 모든 것을 다 한강조합이라는 조직 위주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사회적협동조합한강만이 샛강생태공원관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요, 앞으로도 가장 잘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그런데도 한강조합의 역할을 경험한 시민들은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이 일을 계속 맡기를 원하고 있다. 시민들은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 간담회에 샛강을 살리려는 취지의 다른 절충안 가지고 갔었다 위탁사업은 이번 선정업체가 계속하도록 하고, 사회적협동조합한강이 샛강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기 위한 기반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 내용은 샛강 관리운영주체인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와 사회적협동조합한강의 샛강관리운영 협력에 관한 약속 문서(MOU), 샛강 내 시민모임/ 자원봉사 행사 조직 및 운영을 위한 샛강 생태공원 방문자 센터 및 샛강 생태공원 이용 등이었다. 발전적으로 간담회의 대화를 이어갔다면, 샛강을 아름답게 가꾸고, 시민들이 더 즐겁게 참여하게 하기 위해 더 나올 이야기는 많았다.
시민들의 말의 중심에는 시민이 함께 가꾼 생태공원관리 및 프로그램 운영 거버넌스가 잘 안착되는 데에 사회적협동조합한강이 필요하니, 시민인 우리를 위해서 한강조합이 최소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최소한 바람이 들어있었다. 그러기에, 위탁사업예산 없이도 사회적협동조합한강이 샛강에서의 역할을 같이 고민하고 조율해보자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데에는, 시민들이 함께 샛강을 가꾸고 생태다양성을 지키자는 목적이 중심이었지, 조합을 지키자는 마음이 아니었다. 지난 몇달 간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의 답은 다음으로 일관된다. “한 생태공원을 관리운영하는데 있어서, 두 단체와의 협약은 있을 수 없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은 모든 것을 이양하고 떠나기만 하면 된다. 나머지는 서울시 미래한강본부가 책임지겠다”
나중에 책임지겠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과 동의어일 것이다. 샛강이 망가지고 난 뒤일 가능성이 높다. 복잡한 세상에서, 어떤 사회문제도 혼자서, 한 조직이 풀어 낼 수있는 것은 없다는 것을 모두 아는데, 이토록 어려운 사업을 그저 책임지겠다는 미래한강본부의 말이 어떤 힘이 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자원을 들여 6년을 바꿔 놓아도, 가꾸고 지켜내는 정성을 놓게 되면 생태가 망가지는 것은 한 순간일터라, 샛강에 드나드는 시민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시민들이 매일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제발 우리를 불안하지 않게 해달라고 말이다.
공공재와 사회이슈에 “책임을 진다”함은 조직 혼자서는 풀 수 없는 어려운 일에 대해 열린마음, 협력적인 태도를 갖고 그 협의의 과정을 오롯이 지키며, 다른 의견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필요하면 행동하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아닐까? 그러한 차원에서 이번 생태공원 민간위탁 사태의 경우, 생태공원의 생태다양성 회복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진짜 필요한 일을 헤아려 보는 것이 필요하다.
미래한강본부가 수탁업체 뿐만아니라, 다양한 주체가 그 목적을 위해 움직이도록 마중물이 되어주면 어떤가? 함께 일하는 목적을 공고히 하고 목적에 기여하고자 하는 주체들을 모으면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다. 샛강 관리와 운영뿐만 아니라, 어떤 공공재도, 사회이슈도 서울시 혼자는 책임지기 어렵다. 기존의 방법으로 문제를 풀기 어려울 때에, 힘들지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해보고, 함께 좋은 결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시민이 서울시에 바라는 책임이다.
이 글은 정말 여러 번 고쳐서 썼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과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의 민간위탁사업에서 최근 일어난 사태에 대해서 알리고자 다양한 각도로 고민하고, 워크보트 7차 출항 멤버들과 고민을 나눴다. 더 많이 읽히도록 소셜임팩트뉴스에 기고한 글은 솜브렐로(정연주)가 1차 편집해줬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사진과 팩트점검 필요사항을 가려주셨고, 정진영 소셜임팩트뉴스 이사장님께서 최종원고를 봐주셨다. 여기 올린 글과 뿌리는 같은데, 더 간명하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샛강생태공원 민간위탁사업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고, 소식을 팔로업하고 싶다면, 아래 기사를 참고하면 좋겠다.
https://www.socialimpact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730
“샛강 민간위탁이 중단되면서 샛강팀은 4월부터 생태공원팀으로 이름을 바꿔 일하고 있습니다. (샛강을 가꾸고 관리하던 공원팀장님들은 일을 쉬고 계시고요…) 위탁이 종료되어 한 달 1200만원이 사라졌어요. 생태공원팀은 민간위탁 대응을 지원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줄 아실 거예요 시민위원회 활동 지원, 법률 대응, 자발적 프로그램 운영, 1인시위와 포트럭 준비까지… 이런 중에도 사업을 마련하려고 여의도공원과 선유도공원을 돌아다니고 기업 ESG 담당자를 만나서 협의하고 설득합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이번 주에 두 개의 기업이 ESG 활동을 시작했어요. 어제는 모 회사에서 120명이 활동을 했는데요. 그걸 재학 찬희 정민 세 사람이 오롯이 해냈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포스팅중.
(조합원 가입 또는 후원신청)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은 위탁사업비가 없어도 샛강에서의 시민의 활동을 지속하고자 하고 있다. 두루 살펴봐주시고, 함께 나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