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여야 하는데

#10

by 마릴라 Marilla

힘들 땐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걱정거리로 우왕좌왕하고 있을 땐 시간이 점프하는 것 같다. 이 집으로 이사 와 여전히 낯가리고 있는데 벌써 계약 만기가 다가온다. 2년이라는 시간은 때론 길고 때론 짧다. 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에겐 빨리 지나가는 시간이다. 2년이지만 집을 구하고 걱정하는 시간이 상당해서 심리적 거주기간은 확 짧아진다. 2년 차가 되었을 때부터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계속 살아도 되지만, 이사 첫 달부터 전기 문제를 시작으로 보일러, 욕실 타일, 보일러 누수, 곰팡이, 올해는 비가 잦아선지 천장 누수까지 추가되었다. 어딜 가나 새로운 문제는 생기고 내 맘 같은 집이 없다는 걸 경험으로 알지만, 마음 한편에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떠다녔다.


전세로 갈 수 있는 집은 한정적이고 여러 달 전부터 생긴 허리통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어서 이사가 무리라는 생각과 환경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매일 충돌한다.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집을 검색해 보면서 적당한 집이 나왔는데 보러 갈 기운이 없어 망설이다 계약이 됐는지 그 집이 사라졌다. 사는 집을 먼저 뺐다가 2년 전처럼 석 달을 집만 찾아 헤매다 결국 실패하는 상황을 또 맞을까 봐 걱정되었다. 경험은 좋은 자산이 되기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더 많은 걱정을 양산한다. 혼자 쓰기에 큰 집도, 층고가 높아 형광등도 스스로 갈기 어려운 것도, 2년 경험한 것으로 충분한 꽃밭에도 욕심이 사라졌다. 좀 작고 아늑한 집으로 이사하고 싶은데 내가 필요할 땐 매물이 없더라.


몇 달 전부터 걱정은 하고 있지만 마땅히 보러 갈 집이 없어 섣불리 집을 뺀다고 말도 못 하고 있다. 남들에겐 별거 아닌 일이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는 섬세한 사람에겐 일생의 큰일이고 숙제다. 나는 과연 이사할 수 있을까. 반년을 고민만 하다 지쳐 그냥 주저앉을지도 모른다. 내일의 고민을 끌어다 염려하지 않고 닥쳐서 해결하는 사람이 요즘 들어 부럽다. 걱정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