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지역 행사에 참석했다가 관심을 끄는 수많은 부스 중 인생 상담이라는 배너가 서 있는 타로 부스에 찾아갔다. 평소 점을 보지 않던 사람도 걱정과 고민이 많을 때는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강해진다. 일부러 찾아가는 열의는 없으나 눈앞에 보이니 물어보고 싶었다. 인기가 많은지 줄이 길어 행사 끝 무렵에야 기회가 생겼고 이사에 관해 물었다. 이사는 하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주는 상황에서 이사를 해도 되는지 말아야 하는지 궁금했다. 이동수가 있고 가야 한다고 했다. 가면 좋으니 생각한 대로 가라고 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게 있다면서 밝혀져야 할 게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사보다 가려졌다는 게 더 마음에 걸렸으나 그게 뭔지는 듣지 못했다. 이사는 해야 하고 좋은 일이 있다면서도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얘기에 더 혼란스러웠다.
다음 날엔 다른 마스터가 온다기에 오전 일찍 가봤다. 내 차례가 되자 부스 주변에서 밴드 공연을 하는 통에 정상적으로 대화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건강 문제를 묻고 싶었으나 그건 전문가에게 말하라며 거절해 이사에 관해 물었다. 정확한 질문에만 답한다면서 이동수가 있는지 묻는 거냐고 했다. 두 장의 카드를 뽑고 이사할 경우, 안 할 경우를 찍으라 했다. 이동수가 있고, 이사해도 걱정 근심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사를 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평온한 상태가 된다고 했다. 이 해석은 또 뭐지? 평온하지 않아서, 이 집에도 문제가 계속 생겨서 이사하려고 하는데 평온한 상태라니. 안 편해서 이사하고 싶고 다른 마스터는 가야 한다고 했는데 해석이 달라 당황스럽다고 했다. 그럼 이사하고 나면 심리적으로 괜찮아지는지 다시 질문했다. 카드 석 장을 보더니 가면 마음은 평온해진단다. 완전히 좋을 수는 없지만 좋은 기회도 있다고 했다. 가기까지 과정이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은 거라 말했다.
처음엔 이사하면 근심 걱정이 계속된다고 했다가 말을 바꿨다. 그러고는 결정은 본인이 하는 거라며 스스로 생각하고 괜찮다 싶을 때 움직이되 선택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고 했다. 당연한 말 아닌가. 모든 인생은 자신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지. 그 결정이 맞는지 궁금해 물어보러 오는 거고. 어제 마스터는 내실이 탄탄하고 허투루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니 생각대로 결정하라고 했다. 나는 오래 계획하고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사람이 맞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상황을 돌아보면 그 오랜 탐색과 고민의 결과로 선택한 결정이 잘못되어 지금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건 아닌가 싶은 고민이 되고 또다시 같은 상황이 될까 걱정되어 물었던 건데 모호한 말을 들어 아무 도움이 안 됐다. 두 사람의 말이 일치했다면 덜 심란했을 텐데 보이지 않는 카드가 있다는 말과 가도 걱정 근심이 계속된다고 말해놓고 이사하면 평온해진다는 말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찝찝함만 남았다. 남들은 점을 보고 용하다고 딱 떨어지는 답을 듣던데 나는 몇 번 보지 않았지만, 항상 모호한 말을 들었다. 세상엔 모르고 사는 게 나은 게 있는데 어쩌면 점술이 그런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