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에게서 나를 보다

#25

by 마릴라 Marilla

일주일에 한 번 클래식 수업을 들으러 간다. 허리 통증 문제로 오래 앉아 있는 게 힘들어 주로 뒷자리에 앉았다가 이따금 뒷벽에 서서 듣는다. 의자가 불편해서 종종 다른 수강자도 뒤에 서서 듣곤 하니 자연스러운 수업 방식이기도 했다. 지난주에도 중간에 일어나 뒷벽에 서서 수업을 듣는데 가운데 맨 뒷자리 수강자가 눈에 들어온다. 앞을 보며 수업을 듣는 사람들과 달리 자꾸만 뒤를 힐끔거리고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쳐다본다. 뒤에 서 있는 나를 여러 번 쳐다보기에 뒤에 누군가가 있는 게 불편한가 싶었다. 옆쪽으로 옮겨 수업을 듣는데 계속 그 사람의 행동이 시야에 걸려 집중할 수 없었다. 이전 수업에서는 본 적 없고 4개월 과정의 끝을 향해 가는 시기에 새로 등장한, 낯선 그 사람에게 시선이 갔다.


그녀는 맨 뒷자리 책상을 앞사람과 간격을 넓게 벌린 상태로 앉아 있었다. 옆 자리에 다른 의자를 가져다 가방을 올려두고 주변에 사람이 가까이 오는 것을 경계하는 자세로 읽혔다. 아는 사람 없는 수업에서 낯이 익다 싶었는데 며칠 전에 어느 행사장에서 본 적 있는 사람이었다. 평소 사람의 얼굴을 잘 보지 않고 특별히 기억하지 않는데 유독 기억이 났다.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는 놀 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면서 행사의 결과물로 사진을 찍는다. 체험부스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게 행사 참여 모습을 담는다고 담당자가 말하는데도 유난히 큰 동작으로 벌떡 일어나 구석으로 가더니 사진 찍히기 싫다며 거부하던 사람이었다. 담당자가 나가고 나서 자리로 돌아와 앉았는데 행사장의 테이블이 연필로 그리고 지우개로 지우는 행동을 하면 흔들리는 간이 테이블이었다. 살살 문질러도 흔들려서 조심하고 있는데 앞자리에 앉은 그녀는 혼잣말인 듯 들리게 “너무 흔들려서 못 그리겠네.”하며 동작을 멈췄다. 혼자 말하고 크게 행동해서 시선이 갔고 그래서 얼굴을 보았던 거였다. 그래서 낯이 익었구나.


이번 주에도 뒷벽에 서서 수업을 듣는데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주처럼 중앙 맨 뒷자리에 거리를 두고 앉아 있었는데 오늘은 옆자리에 누군가 앉게 되었다. 자신의 옆자리에 다른 의자를 끌어다가 가방을 내려놓은 모습과 별도로 과거 초등학교 시험시간처럼 책상 가운데 가방을 세워 벽을 만들고 있었다.

조금 과하게 보이는 그 행동에 순간적으로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과거라면 필시 유별난 사람이라고 단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3자의 시각으로 이상해 보이는 행동에서 내 모습도 남에게는 그렇게 보이는 때가 있겠다고 느꼈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무난하다 생각하지만 남에게는 별나게 보이는 점이 있지 않은가. 저 사람은 이상한 게 아니라 마음에 상처가 있어 통증처럼 나타난 행동일 수 있겠다는 생각. 누구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과 어려움이 생기면 감각이 예민해지고 작은 것도 돋보기로 보듯 확대해석하게 되며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력이 활성화된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들이 너무 큰 자극으로 여겨져 크게 반응하게 된다. 누군가의 행동이나 말이 이상하고 별스럽게만 보인다면 그런 상황에 가보지 않은 사람일 수 있다. 그녀의 모습이 마음의 괴로움과 서러움으로 모든 것에 시비 걸던 어느 날의 나처럼 보였다. 여린 마음이 안쓰러웠다. 편안해지길 희망했다. 그녀도 나도, 아픈지도 모르고 견디는 누군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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