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꿈

#26

by 마릴라 Marilla

최근들어 꿈을 자주 꾼다. 밤사이 서로 연결되지 않는 여러 조각의 꿈을 꾸었는데 깨고 보니 두 조각만 기억에 남았다. 친구의 갓난 아이를 안고 있는 꿈과 본가에 불이 났다는 얘기를 전해 듣는 꿈인데 연결도 안 되고 꿈속에서도 피곤했지만 그리 나쁜 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편한 부분은 맞든 안 맞든 꿈 해석을 그럴듯하게 한다는 점이다. 과거 포탈에 검색할 때는 핵심 단어에 기댄 단편적인 내용만 있어서 좋은 꿈인지 나쁜 꿈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물론 저마다 해석이 다르고 초점이 다르니 참고만 할 뿐이고 최종 해석은 나에게 남는다.


같은 내용의 질문에도 불, 아이라는 상징에서 전통적인 재물이나 좋은 일이 찾아온다는 해석을 하는가 하면 가족 안에서 해결되지 않은 상처나 이사 같은 환경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꿈이 나쁘게 보이지 않았다는 느낌은 내면이 좋은 쪽을 보고 있다는 신호라고도 했다. 이 부분이 현실과 맞닿아 있어 수긍되었다. 가족과의 단절, 계속되는 집의 문제로 이사를 고민하고 있는 상태는 사실이니까. 현재 상황과 생각을 말하니 더 그럴듯하게 설명했다. 길게 나열된 해석 중 내가 주목한 부분은 ‘당신이 삶의 단절이 아니라 정리와 회복의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말이었다. 내 의도와 다른 말을 할 때도 많지만 가끔 좋은 청자와 상담자 같은 말을 하니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 나의 선택은 재물운이나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설탕 같은 말과 그에 따른 희망 키우기보다 '정리와 회복의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문장을 남겨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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