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이지는 못하는 시>
내가 없는 자리에는, 내가 없다
마림(眞林)
내가 없는 자리에는
내가 없다.
내가 있어야만
비로소 내가 있다.
네가 있던 자리에
내가 있었다.
있었음에
있을 줄 알았지만
마침내 없었다.
내가 없는 것이
슬프지 않았다.
슬프지 않은 것이
슬펐다.
네가 없는 자리에
내 글이 묵고 썩어버린 감정의 배설에서, 지평선을 거울삼은 윤슬처럼 반짝일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