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또 비가 와서

<나를 죽이지는 못하는 시>

by 마림



괜히 또 비가 와서



마림(眞林)



너를 사랑하는 일은
우산을 펴는 것보다
쉬웠다


우산을 펴면
늘 같은 자리에
네가 내렸다


괜히 고마워서
우산을 접고
너를 안아버렸다


젖어도 좋을 것 같아
마음이 젖는 줄도 모르고,


비가 그친 줄 알고
우산을 놓아버린 날,

내 안에 스며든 너는
햇볕에 말라가듯
천천히 멀어졌다


다시 또
비가 온다


그리워하는 일은
여전히 쉬워서


우산이 없는데도

괜히
비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