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종교를 믿지 않는 내가 믿는 것

Hater가 세상을 사랑하는 법 Vol.2

by 마림



나는 무신론자에 가깝다.


어릴 때부터 수학, 과학을 좋아해서 과학적 원리와 논리적 증명을 좋아했다.


그래서 제일 가까운 답을 찾아야 하는 언어, 외국어 문제에 약했다. 약한 걸 알면서도, 굳이 크게 노력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세상은 수학적 이론과 과학적 증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수능이 끝난 후, 수학과 과학이 살아가는데 그리 필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기술이 발전하려면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는 중요한 걸 잊고 살아도 괜찮았다. 하루를 행복하게 보는 데에 행렬과 미적분은 큰 역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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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행복, 욕심과 만족, 태도와 인격.


인간관계와 삶에 있어서 더 중요한 것은 과학적 원리보다 증명할 수 없는 것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마음. 보이지 않는 것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예전과 다른 태도로 살고 있다. 그 마음과 태도가 삶을 살아가며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종교를 믿는 일이 쉽지는 않다.


하나님을 믿어야 구원받을 수 있고, 회개라는 단어는 굉장히 극단적이라 생각했다. 사이비 종교나 맹목적인 신앙을 볼 때마다 반감은 커졌다.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학문에 가깝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불교에도 비리는 존재했다.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과 몇몇의 사상이 마음에 들었지만, 내가 부처가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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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내가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절에 다니셨다.


아버지의 사업이 잘되길, 형과 나의 성적이 좋기를. 연등을 달고, 중요한 일이 있을 때면 절에 가셔서 기도를 하셨다. 엄마를 따라 어릴 적 몇 번 절에 간 기억이 있는데, 특유의 향이 좋았던 것만 기억한다.


며칠 전, 어머니와 통화 중에 요즘 교회를 다니신다는 말을 들었다.


"엄마. 절은 이제 안 가?"


"절은 너 대학 가고 그때부터 안 갔지. 집에만 있으면 무기력해져서, 태관이 엄마 따라 교회 다니고 있어. 가서 목사님 좋은 말씀도 듣고, 사람들도 만나고. 활력도 조금 생기고 좋더라고."


"그래, 엄마. 굳이 대단한 믿음이 아니더라도, 좋은 말씀 듣고 사람도 만나고 하면 좋지."


엄마도 나처럼 신을 온전히 믿기는 힘드시겠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계신 것 같았다.






사람이 외롭거나 힘들 때, 불안할 때 어딘가에 기댈 곳이 필요하다.


그게 가까운 사람이면 좋겠지만, 대부분 가까운 사람 때문에 마음이 어려울 경우가 오히려 많다. 그럴 때면 보이지 않는 것을 믿으며 기대려 한다.


내가 선택한 것은 글이었다.


우주의 원리,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AI기술 등 아직도 과학은 내게 너무 신기한 영역이지만,

내가 위로받고 눈물을 흘리는 때는 영화를 볼 때, 책을 읽을 때다.


과학은 삶을 윤택하게 하지만,

예술은 삶을 아름답게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마음으로

말이 되지 않는 것을 믿어보려는 태도로


나는 글을 쓰고,

엄마는 교회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