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결혼은 미친 짓이야 (아마도)

Hater가 세상을 사랑하는 법 Vol.2

by 마림


결혼은

운명을 믿어서 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의심해 본 뒤에도

같이 가겠다고 결정하는 일이다.


기쁜 날보다

서운한 날이 더 많아질 걸 알면서도

그래도 너랑이면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


오늘 우리는

완벽해서가 아니라

불완전한 채로

같은 방향을 선택했다.


그래서 이건 약속이 아닌

선택이고,

계속 갱신될 결심이다.


출처 : <결혼>_void_letter.0 (인스타그램)







30대 중반이 된 지금, 사랑의 마침표가 결혼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결혼은 '당연히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낭만적인 결혼 생활을 꿈꾸던 20대를 지나, 현실의 벽 앞에서 고민하는 30대 중반에 이르렀다.


주위에는 결혼을 한 친구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친구들, 결혼을 하고 싶지만 아직 사랑을 못 찾은 친구들, 결혼 생각이 없는 친구들로 나뉘지만, 결국 '결혼'에 대한 고민은 우리에게 가장 큰 화두이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안정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수천 년을 이어왔다는 생각 아래, '비혼주의자'나 '딩크족'이 유별나다고 생각해 왔다. 아무리 개성이 중요하고 개인화가 당연시되는 사회가 되었지만, 근간이 되는 것들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미혼자가 결혼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되기도 하지만, 고민이 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에 관한 시를 읽으며,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이상주의자로써, 결혼은 어쩌면 사랑보다 더 큰 성숙한 결심이나 책임감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이, 경제적인 조건, 성격, 성향, 자녀 등 결혼을 하는데 필요한 많은 현실적인 조건들이 있다.


예능 <나는 솔로>를 보며, 나이가 들수록 그런 현실적인 조건들이 연애나 결혼에 있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다가도 문득, 사랑이 먼저인 사람들이나 결이 맞는 사람들을 보면 '결혼은 저런 사람들이 해야만 한다.'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에는 사랑이 중요하다고 믿고 싶은 내 안의 심리가 그들을 응원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대부분의 조건이 완벽하게 맞는 커플들이 얼마나 있을까.


만나다 보면, 이 사람을 더 이해하게 되고, 공감하고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을 인정하며 극복해 나가려 노력한다. 상대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인정을 배우게 하고 내가 이기적이었음을 깨닫게 만든다. 하기 싫은 일을 하게 하고 손익을 계산하는 게 의미 없음을 깨닫게 한다. 그게 사랑이지 않을까.


그러한 큰 틀에서 생각해 보았을 때, 만약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결혼식을 원치 않는다면, 아이를 갖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혼인신고를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들이 이 사람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일 일 때, 그것 조차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사람을 사랑하는가. 그건 과연 사랑이라는 감정만으로 가능한 일일까.


일방적으로 이 사람에게 맞추는 것이 과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과정 속에서 상대방의 깨달음도 있을까. 기다리고 배려하고 사랑하다 보면, 언젠가는 알아줄 사람을 만난 것일까. 그러다 시간이 그냥 다 지나가버리고 나만 망가져 버리면 어떡하지.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 이미 결혼을 한 사람, 이혼을 한 사람들 모두 이 문제에 대한 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모든 걸 의심하고 불완전하더라도, 너라면 괜찮다고 끄덕이는 것.

그 결심이 매일 흔들리더라도 다시 웃으며 결심할 체력을 갖는 것.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너를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

싸우고 상처받고 힘들어도, 결국에는 그 간극이 좁혀졌다 멀어졌다 하는 것.


완벽해지려 하지 않는 것.

그냥 오늘을 웃을 수 있는 것.





"결혼은 미친 짓이야."


"사랑은 미친 짓 아니야?"


"미치지 않고서야 살아가기 힘든 삶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