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ter가 세상을 사랑하는 법 Vol.2
'중독과 도파민의 시대'
무언가에 중독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할 만큼
바쁘고, 치열하고, 빠르고, 차갑다.
누군가는 생각을 잠시 접으려 담배를 피우고, 절여진 피로를 녹이기 위해 술을 마신다. 생각의 회로를 끊기 위해 핸드폰을 보고, 게임을 한다.
회색빛 감정을 외면하기 위해 쇼츠를 본다. 시답잖은 농담과 자극적인 영상으로 가짜 웃음을 짓곤 한다. 이내 정색하지 않기 위해 스크롤을 내려본다. 그렇게 모래시계가 끝나면, 하루의 알람에 맞게 잠이 든다.
'과유불급'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과 같음을 모르는 이가 있나.
어디에도 미치지 못해 순간에 지나치게 빠져든다.
집중과 중독은 다른 것이나, '집중'이라는 그럴듯한 단어로 나를 포장한다.
담배중독, 알코올중독, 게임중독, 카페인중독과 같이 이미지가 좋지 않은 단어들과 일중독, 활자중독, 러닝중독 등 긍정적인 의미의 단어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중독이라는 말은 앞에 붙은 단어와 함께 의미가 주는 느낌이 변한다.
중독된 사랑은 그 중간쯤 어디에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무언가에 중독될까. 중독이 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서일까.
나의 중독은 '담배'였다.
20살 우연히 피게 된 담배가 15년째 이어오는 습관이 될 줄은 몰랐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 멋있다 느끼지는 않았다. 담배를 피우는 행위가 고통, 걱정, 고난에서 잠시 해방되는 이미지로 여겼기에 어른의 행위라 느꼈다. 어른이 되는 동시에 어른이고 싶은 티를 내야만 했다.
담배를 피우면 근심이 해소될 줄 알았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불안한 것이었다. 그래도 하루에 무언가 내가 해야만 한다는 것이 항상 있었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힘들 때 잠시 탈출할 곳이 있다는 것. 이것 또한 아주 그럴듯한 합리화가 될 것이다. 사실은 니코틴이라는 화학 물질에 중독되고, 무언가를 빠는 습관이 루틴이 되어 스스로 불안함을 느낄 뿐이다.
그다음은 카페인이다.
회사에 다니며 마시기 시작했던 커피는, 어느 순간 마시지 않으면 안 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그렇게 습관이 되어버렸고, 이제는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정신이 흐리멍덩한 기분이 든다. 어딜 가나 카페를 찾고, 흡연구역을 확인한다. 중독이 강박이 되어버리는 순간은 고통이 될 때가 잦다. 카페인 또한, 일시적으로 뇌를 각성시키는 화학 물질에 불과한 것인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또 한편으로 '뭐가 이렇게 진지한가'에 대한 생각을 한다.
하루에 제일 행복한 순간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첫 입'이기도 하니까. 커피 향을 느끼고, 머리가 깨어나는 기분을 느끼며 글을 써내려 간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글을 마무리했을 때, 뭔가에 마침표를 찍는 듯 담배를 입에 물어 숨을 내쉰다. 그것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건강을 염려해야만 한다. 삶은 유한하니까.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기에, 건강할 수 있는 선에서 중독을 다스려야 한다. 건강할 수 있는 선에서 담배, 카페인, 알코올을 조절할 수 있을까. 허황된 말 아닌가.
답이 없는 것을 생각하다 보면 역시나 답이 없다.
중독을 조절한다면 다른 중독으로 옮겨갈까. 술을 마시지 않고,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러닝과 헬스에 중독될 수 있으려나. 그것은 바람직한 중독일까.
일에 중독된 사람은 성공과 연결되는 것일까. 아니, 그 열정과 태도만으로 존경받을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활자중독에 빠져 다독가가 되고, 하루 종일 글을 써야만 하는 것일까.
SNS중독은 관종인가.
그 또한 결핍으로 인한 자기 과시의 영역 아닐까.
아니면 나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며 배출구일까.
나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인 걸까.
술, 담배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게임중독이 나은 것일까. 그렇다고 게임에 돈을 낭비하는 것은 괜찮은 걸까. 게임 또한 누군가에는 행복이고 그럴듯한 취미이지 않을까. 결국에는 방구석 히키코모리가 되는 것일까.
중독 총량의 법칙이라는 주제를 세워놓고, 그럴듯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향유한다. '중독'이라는 단어자체가 나쁜 것인지, 중독이 옮겨가는 것인지, 중독 총량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지 그 어떠한 것도 판단할 수가 없다.
내가 지금 무엇에 중독되어 있고, 그것이 옳고 그른지, 나는 또 어떤 것에 중독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결국엔 죽을 때까지 답을 찾지 못하고 흔들릴 것 같다. 담배를 끊어볼까, 커피를 끊어볼까, 핸드폰을 그만 볼까, 탄수화물을 끊어볼까.
건강이 이유든, 관계가 되었든 어떤 이유로든 이런 생각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나를 괴롭힐 것이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다 결심하고 실패하고, 포기하고 반복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 방향은 좋은 쪽일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기로 했고, 그럴 자신이 생겼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는 거니까.
오늘도 무언가에 중독된 이들에게 응원과 위로를 보낸다.
그럴 수 있고, 괜찮다.
다들 그렇게 살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