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존경할 수 있는 남자’라는 말의 속뜻

Hater가 세상을 사랑하는 법 Vol.2

by 마림




image.png 출처 : SBS PLUS 나는 솔로


“존경할 수 있는 남자.”


이 문장을 들었을 때 불편함을 느꼈다는 반응이 생각보다 많았다. 이유도 놀랍도록 비슷했다.


왜 내가 누군가를 ‘존경’해야 하지? 왜 관계가 시작되기도 전에 누군가를 우러러보는 위치에 서야 하지?

많은 사람들은 이 표현에서 감정보다 먼저 ‘위치’를 느꼈다.


우리는 모두 존중받는 관계를 원한다. 서로를 동등한 사람으로 대하고, 함부로 대하지 않는 최소한의 태도.

존중은 관계의 출발선에 놓이는 기본값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가능하고, 그래서 더욱 당연하다.


문제는 존경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이다. 단어의 본래 의미와는 별개로, 사람들은 그 안에서 완벽함과 능력, 결점 없음 같은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연애의 언어로 옮겨지면 더 직접적으로 들린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 내가 우러러봐야 하는 사람, 관계의 균형이 기울어질지도 모르는 느낌. 그래서 이 단어는 감정이라기보다 구조처럼 들린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수없이 누군가를 존경하며 살아간다. 일을 성실하게 해내는 동료,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친구, 약속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사람. 그 감정은 거창하지도, 위계적이지도 않다. 그저 ‘저 사람의 태도는 배울 만하다’는 작은 감탄에 가깝다.


어쩌면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것은 존경이라는 감정이 아니라, 존경을 요구하던 관계의 기억일지도 모른다. 한 사람이 위에 서고 다른 사람이 따라야 했던 오래된 방식. 지금 우리가 지키고 싶은 것은 평등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존중만으로도 관계는 유지된다. 그러나 존경이 더해질 때 관계는 조금 더 단단해진다. 중요한 것은 존경을 요구하는 일이 아니라, 존경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