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내 책이 재밌을까

Hater가 세상을 사랑하는 법 Vol.2

by 마림


요즘 나는 같은 생각을 반복하고 있다.


'내 책이 재밌을까?'


잘 쓰기 위함이 아닌, 그저 이야기를 써 내려갈 때는 막힘이 없었다. 가벼운 마음 따라 손가락도 가벼웠다. 그 가벼움은 결코 고민의 중량은 아니었지만, 얇은 마음가짐은 유연한 태도를 갖게 했다.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태도도 그러했다. 내가 대단한 작가도 아니니.


'누구를 따라 하기보다 내 이야기를 내 문체로 재밌게 써보자.'


그 이야기들은 이윽고 한 편의 서사가 되었고, 문장을 가다듬어야 했다. 처음 받아본 교정교열 수정본에는 빨간 글씨가 가득했다. 마치 '너의 글은 오답 덩어리야.'라는 메시지를 받는 것처럼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그렇게 며칠 정답을 마주하길 포기하고 외면하다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답이 아닌, 정답을 향한 방향성일 거야.'


마주하기 싫었던 이유는, 창작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정답은 없지만, 분명히 좋은 글과 좋지 않은 글이 있다. 좋다는 기준 또한 취향의 영역임을 알고 있다. 아무리 취향의 영역이라도 대중적이고 예술적인 글이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런 글을 쓰고 싶을 테니.


전문가의 교정교열을 마친 글은, 물론 이전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문맥에 맞는 어휘, 조사, 자연스러운 연결을 통해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글로 진화했다.


'이 정도면 재밌는데?'


걱정이 컸던 탓인지, 기대치가 낮아졌던 연유인지 글을 재밌게 읽혔다. 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면 독자들도 재밌게 볼 것 같았다. 적어도 얼마 후 출판사의 피드백이 오기 전까지는 그 정도의 자신감이 있었다.






출판사에서는 이런 피드백을 주었다.


"이야기는 재밌는데, 남는 게 없어요. 우리는 소설을 읽을 때 밑줄 칠 문장에서 멈춰 서잖아요. 이 소설에는 그런 문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소설은 영화 시나리오가 아니잖아요. 이 글은 너무 장면 전환이 빠릅니다. 감정을 이입할 구간이 없어요."


생각보다 냉정한 평가는 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줄곧 재밌다, 기대된다 등의 호평만 받아오던 나에게 비평은 새롭기도 하면서 생각이 많아지게 했다. 밑도 끝도 없이 자신감이 있던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나의 글의 장점이 '꾸며내지 않는 것', '담백하고 여운이 남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게 남성 작가 문체의 색깔이라고 여겼다. 그런 나의 자신감이 근자감이 되는 순간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했다. 그래. 소설은 조금 더 풍부한 표현과 감정과 여운이 필요하지. 나의 이야기라 지나치게 설명적인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구나. 느끼할 정도로 과하게 넣어보리라. 과한 건 삭제하면 되니까.


그렇게 편집의 방향성을 잡고, 밑줄 칠 문장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장황하지는 않고, 느끼하지는 않으며, 지루하지 않게 추가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읽은 부분을 읽고, 또 읽고 하다 보니 더 이상 내 글이 재밌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문장을 추가하고, 호흡이 끊기는 부분을 삭제하며 글을 수정했다. 매일 10시간 가까이 같은 글을 보며 쓰고 지우고, 고치기를 반복하였다. 영혼을 갈아 넣는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완성되었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처음 수정본을 읽고 재밌다고 느꼈던 내 감정을 의심했다. 글은 분명히 나아졌는데, 나는 왜 점점 자신감이 없어질까.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수정본을 전달하고 다시 출판사의 피드백을 받았다.


'전반적으로 나아졌지만, 아직도 호흡이 너무 빠르다.'

'소설의 중심을 잡아줄 초반과 후반부의 감정이 부족하다.'


며칠을 고민한 내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여서가 아니라,

편집 방향성에 대한 답답함을 느꼈다.


'이 소설은 느린 호흡으로 감정을 장황하게 묘사하는 소설이 아닌데. 서툰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공감하며, 지금의 나, 현실을 돌아보며 여운을 느끼는 소설인데. 호흡이 느려지면 안 되고, 감정이 장황하면 안 되는데.'


글을 쓰며 이미 나의 에고가 생겨버렸다. 수정을 받아들이는 걸 거부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글이 재미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 이유는 수정해서 더 재밌어진다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점점 나의 문체, 색깔을 잃고 있는 것 아닐까.'




며칠 동안은 원고를 들여다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책만 읽어보려 했다. 그러나 책도 쉽사리 손에 쥐어지지 않는다. 그 마음은 다른 글이 내 글보다 훨씬 뛰어나서 느끼게 될 자괴감 때문일까, 내 글보다 재미없게 읽혀서 마음에 혼동이 올 것 같기 때문일까. 아마 둘 다 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과정이 괴로우면서 즐겁다. 편집을 하며 분명 나아지는 결이 있다. 창작은 결국 '나만'재밌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너도'재밌어야 하는 것이니. 나의 색깔, 대중의 눈, 완성도, 독창성. 그 모든 것이 나아지는 과정. 이 과정을 통해 반드시 나아갈 거고, 기어코 나의 책을 완성할 것이다.


그래도 계속 생각하게 된다.


'내 책이 재밌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다만 하나는 안다.


이 질문을 버리지 않는 한,
나는 끝까지 쓰게 될 거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