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동안 밀가루를 끊을 수 있었던 이유

그 사진 한 장 때문에

by 마리


새벽에 일어나면 바로 부엌으로 달려가 에어프라이어에 식빵을 구웠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빵 위에 치즈를 올리고 쨈도 발랐다. 바삭한 식빵을 한입 베어 먹으면 짜릿한 행복감이 밀려왔었다.


따뜻한 커피와 식빵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어느새 새벽의 의식처럼 되어버렸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익숙한 얼굴의 여성을 보았다.


90년대 슈퍼모델 신디 크로포드였다. 모델일을 하고 있다는 20대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는데 내 눈에는 화장기 전혀 없는 50대 신디 크로포드가 훨씬 멋있어 보였다.


롱다리에 딱 붙는 바지를 입고 서 있는 지금의 모습은 젊었을 때 청바지에 하얀색 탱탑을 걸치고 한 손에는 펩시콜라를 들고 있던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이유가 뭐지?



그녀의 사진을 쭉 훑어보다가 아령으로 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멋진 바다 뷰 옆에서 운동하는 신디 크로포드가 부러웠던 게 아니라 저런 풍경이 있어도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스크롤을 쭉 내리니 각종 샐러드가 담긴 그릇 앞에서 그녀가 활짝 웃고 있었다. 토마토, 브로콜리, 오이, 샐러리, 아보카도, 치커리 병아리콩이 담긴 여러 개의 볼 앞에 서 있는 신디 크로포드의 모습은 건강하고 우아해 보였다.








사진 속 신디 크로포드는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살도 찌고 20대의 몸으로 돌아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없애주었다.



밀가루를 끊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처럼 되려면 밀가루를 멀리해야 할 것 같았다.



대신 샐러드를 마음껏 먹어보기로 했다. 냉장고에 있던 배춧잎을 썰어서 참깨 드레싱을 뿌려 먹으니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았다. 슈퍼에서 리코타 치즈 한통을 사 와 곁들인 후 집에 있는 건자두를 가위로 잘게 잘라 뿌려먹기도 했다. 내 입맛에 딱이었다. 드레싱 칼로리를 생각하며 샐러드를 멀리하는 대신 적정량을 곁들여 그냥 먹기로 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 아침마다 식빵을 먹는 습관이 없어졌다. 식빵을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져 버렸다.


대신 아메리카노와 견과류를 즐기고 있다.


아직까지 체중이 눈에 띄게 줄은 건 아니지만 부어있었던 얼굴이 제자리로 돌아온 게 너무 신기하다.


건강한 몸매를 유지하려면 밀가루 대신 샐러드를 선택해야 한다는 공식이 내 무의식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서였을까? 밀가루를 안 먹으려고 억지로 참다가 결국 빵에 손이 갔었는데 신디 크로포드의 사진을 본 뒤 밀가루를 먹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버렸다.


그게 참 신기하다.


마음의 힘이 이렇게 큰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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