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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Aug 30. 2021

여전히 회사 밖에서 뭘 할 수 있을지 고민이지만

여전히 회사 밖에서 무얼 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그만큼 회사생활에 100%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맡은 업무는 책임감 있게 처리하려고 하지만 그 이상은 하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회사에서는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기를 기대하지만, 전문가가 되기를 원하지만, 굳이 내 시간을 내어가며 알고 싶지가 않다. 



이전에 다녔던 회사들이 생각났다.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겠어, 최고가 되겠어라고 생각하며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결국 회사는 나와야 하는 곳, 나올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회사를 다니는 동안 프로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더 이상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아졌다.  








회사에는 한쪽 발만 걸치고 자꾸 딴생각만 하는 중이다. 매일 생각만 할 뿐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출퇴근하는 것만으로 일주일이 벅차고 주말만 되면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만 싶어졌다.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할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언젠가는 퇴사한 직원들처럼 이곳을 떠나겠지. 아니, 어쩌면 해고당한 상사처럼 비슷한 길을 갈지도 모른다. 



얼음판 위에서 어떻게 해서라도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한 아이가 보였다. 








어렸을 때 꿈은 세계를 도는 커리어우먼이었다. 다행히도 코로나 이전에 비행기를 원 없이 타고 지구 이곳저곳을 가 볼 수 있었다. 장시간의 비행은 전혀 힘들지 않았고 새로운 곳에 방문할 때마다 설레었다.

 

최근 외국업체와 화상통화를 할 때였다. 화면에 나타난 외국인의 얼굴 옆에 내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문득 어릴 적 품고 있던 어떤 꿈이 스쳐 지나갔다. 


외국인들과 회의를 하고 있는 당당하고 멋진 커리어우먼? 현실세계에서는 당당하고 멋짐만 뺀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그날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다. 


잠옷 바지에 상의만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고 머리는 귀찮아서 감지 않은 상태였다. 머리카락에 기름기가 많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회의는 지루했고 시계를 보며 빨리 끝나기만을 속으로 바랬다. 


상상과 현실은 확연히 달랐다. 


그렇게 멋있어 보이던 커리어우먼이 더 이상 되고 싶지 않아 졌다.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백수가 되고 싶지는 않다. 


더 높은 직급, 더 높은 지위, 더 많은 연봉 대신 회사를 떠나도 먹고살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 그런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하기만 하다.  


지금 이토록 불안한 건 회사는 언젠가는 나와야 할 곳임을 알기에, 알면서도 도대체 뭘 할 수 있을지를 여전히 찾지 못해서이다. 


회사를 그만두면 어떻게 지금 받는 월급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을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해고를 당하던 날이 생각났다. 힘들었던 회사를 나오게 되어 좋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일이 막막하고 두려웠다. 돈을 벌지 않고 있는 내 모습이 싫었다. 사람 구실을 안 하는 것 같았고 나 자신이 무력하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뭐하며 살아야 할지 걱정이에요" 



우연히 회사 동료와 이야기를 하다가 나와 비슷한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맞장구를 치며 나도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딱히 준비하는 것도 없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꼭 나를 보는 것 같았다.  



그 친구에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지금 회사를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또 하고 싶은걸 찾아서 조금씩 하다 보면 다른 길이 보일 수도 있으니 주말에 시간 내서 하고 싶은 것에 도전을 해보라고 했다. 


이 말을 하다 보니 문득 이건 나한테 필요한 말이었다. 


정작 나는 나를 구석으로 몰고 가면서 상대방에게는 여유를 가지라고 말하고 있다니. 속으로 뜨끔했다. 









길을 잃을 때마다 임경선 작가의 읽곤 하는데 언젠가 '자유로울 것'을 읽다가 아래 문장을 발견했다. 



마음속을 정직하게 들여다봤을 때 현재의 일상이 만족스럽지 못한다면 만족할 수 있는 일상을
손에 넣어야겠다는 욕망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인생 별거 있어? 다들 이렇게 사는 거지' 라며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며 아무 변화나 행동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너무나 아깝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도 내 일상에 만족하는 삶을 손에 넣고 싶다. 


인생 별거 없다, 라는 말 대신 인생은 멋지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지금 회사 때문에 고민은 많지만 그래도 멋진 인생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은 놓지 않고 싶다. 


문득 퇴근하고 글을 쓰는 내 모습이 참 멋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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