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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마리
Aug 29. 2021
일상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때
"오늘 머리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단발의 쇼트커트를 한, 어딘지 모른 게 세련되고 힙해 보이는 미용사가 내 머리를 이리저리 만졌다.
"어깨에 살짝 닿을 정도로, 묶을 수 있는 정도로만 잘라주세요"
머리를 자른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머리카락이 어느새 등 가운데까지 닿아 있었다.
아침마다 머리를 감을 때마다 긴 머리를 싹둑 잘라내고 싶었다. 퇴근길에 여러 미용실을 봤지만 매번 그냥 지나치기만 했다.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주말에 집에 있는데 엄마가 같이 미용실에 가자고 하셨다. 긴 머리를 잘라야겠다는 생각에 엄마를 따라나섰다.
머리를 자르기 전, 오랜만에 머리 마사지를 받았다. 직원의 손잡이 얼마나 세고 시원하던지 누워서 머리 마사지만 계속 받고 싶을 정도였다. 어떤 부위를 어떻게 눌러야 할지 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계속 누워서 마사지만 받고 싶었다.
염색을 하러 온 것도, 펌을 하러 온 것도 아니었다. 그저 길게 자란 생머리를 조금 잘라내고 싶었다.
회사 때문에 마음이 복잡했고 내 일상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건 원하지 않았다.
내 머리를 이리저리 살피던 미용사가 층은 안 낼 거냐고 물었다. 솔직히 헤어스타일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또 층을 내는 게 더 나은지 안 나은지도 잘 몰랐다.
"층을 내는 게 나을까요?"
오히려 미용사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층을 내는 게 좀 더 가벼워 보일 거라고 했다.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내 감각보다는 미용사의 감각을 믿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층을 이런 식으로 내면 드라이를 하지 않아도 드라이한 것 같은 효과가 살짝 있고요. 길이는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아요. 괜찮으시겠어요?
"
드라이를 안 해도 된다는 말에 갑자기 귀가 솔깃했다. 그리고 그제야 정신이 번뜩 들었다.
미용사가 해주는 말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드라이 효과가 있다고요? 네 길이는 그 정도면 좋아요!"
솔직히 머리를 자르는 동안 별 기대 없이 눈을 감고 잠을 청할 예정이었다.
드라이 효과가 있다는 말에 눈을 크게 뜨고 그때부터 미용사의 손만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녀가 가위로 머리카락을 쳐내기 시작했다. 긴 머리가 싹둑 잘려가는 걸 보니 마음이 후련했다.
마음속 찌꺼기가 같이 잘려나가는 기분이랄까.
예사롭지 않은 그녀의 가위질에 기대를 하며 머리가 잘 나오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녀를 믿은 건 정말 다행이었다.
예전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단발이 나왔고 층을 여러 번 내서 드라이한 듯 머리에 볼륨에 들어가 있었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텐션이시네요? 호호호"
머리를 자르려고 처음 의자에 앉았을 때와 지금 내 기분이 달라졌다는 걸 미용사가 눈치를 채 버렸다.
단발이지만 어딘가 스타일리시해 보이는 컷을 하고 나니 나도 신이 났다. 미용사의 말대로 머리는 풍성하고 드라이한 것 같은 느낌이 났다.
왜 진작 일찍 미용실에 오지 않았을까? 하지만 긴 머리를 잘라내며 느끼는 이 쾌감은 지금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적당한 타이밍엔 변화를 주어서 다행이었다.
거울에 비친 바뀐 헤어스타일의 내 모습을 보니 뭔가 새로웠다.
일상에 새로움을 더해가고 싶은 바람도 같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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