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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Oct 03. 2021

뉴욕 길거리에서 찾은 특별한 행복

용산 아이파크몰이라는 곳을 돌다가 쉑쉑 버거를 먹으러 갔다.


자리를 잡고 주문 한 쉑쉑 버거를 한입 먹다 벽 쪽의 큰 LED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쉑쉑 버거는 최근에 나온 고추장 버거를 홍보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고추장 버거가 인기를 끈다고 했다. 쉑쉑 버거의 셰프가 한국에 와서 여러 한국의 음식을 맛보고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는 영상이었다. 고추장 버거도 다음에 먹어봐야겠네, 하면서 광고 영상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익숙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뉴욕 맨해튼의 스카이라인, 센트럴파크, 푸드트럭,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먹던 햄버거를 내려놓았다.







뉴욕에서 책가방을 메고 걷고 또 걸었던 그때가 생각났다.


당시 맨해튼에서 조금 떨어진 퀸즈라는 곳에서 살았었다.


마음이 축 가라앉고 불안함이 몰려올 때마다 책가방을 메고 무조건 밖으로 나갔다. 덜컹거리는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 시내에 가서 걷고 또 걸었다.


관광객들 틈에 섞여 나도 여행객인 것처럼 이 골목 저 골목을 구경했다.





어느 날 지치도록 걷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배가 고팠다. 피자, 햄버거도 그다지 땅기지 않아서 거리를 배회하고만 있었다.


저 멀리 작은 푸드트럭이 보여서 가까이 가니 달콤한 향이 가득했다.


뭔가 하고 자세히 보니 꿀을 발라 로스팅한 땅콩과 캐슈너트였다. 허기가 지고 당이 떨어진 상태여서 허니 땅콩 한 봉지를 사 먹어보기로 했다.


가격은 한 봉지에 2불이었다.


손으로 땅콩 한 개를 집어 먹어보니 입안 가득 달달함이 퍼졌다.


한 봉지를 다 먹으니 다시 걸을 힘이 났다.




그 뒤로 맨해튼 시내를 걷다가 허니 땅콩 푸드트럭을 보면 무조건 사 먹었다. 갓 볶은 따끈따끈하고 달달달 허니 땅콩 한 봉지를 사서 입에 넣으면 그렇게 든든할 수 없었다.


뉴욕은 화려한 쇼핑의 도시라고 한다.


기억 속 뉴욕에서의 제일 즐거웠던 쇼핑은 거리의 푸드트럭 허니 땅콩이었다.





쉑쉑 버거 덕분에 잊고 있었던 뉴욕이 생각났다. 혼자 정처 없이 걷고 또 걷던 그곳이.


언젠가 다시 뉴욕에 갈 수 있다면 허니 땅콩 한 봉지를 손에 들고  맨해튼 거리를 마음껏 활보하고 싶다.


아, 상상만 해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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