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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Oct 09. 2021

주말에 뭐 했어요?

"주말에 뭐했어요?" 


"주말에요? 그냥 집에 있었는데요?" 


신입사원으로 들어 간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회사 선배가 갑자기 주말에 뭘 했냐고 물었다. 


주말에 특별히 한건 없었다. 가족들과 집에서 밥을 먹고, 티브이를 보고 또 공원에 산책을 하러 간 게 다였다. 


그렇다고 구구절절 밥 먹고, 티브이 보고 산책했어요,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냥 집에만 있었다고 했는데 나보고 밖에 놀러 다녀야지 주말에 집에만 있으면 어떡하냐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직원에게도 주말에 뭐 했냐고 물어보았다. 질문을 받은 직원은 주말에 어디에 갔는데 뭐가 좋고 거 길 가면 뭘 먹어야 하는지도 말해주었다. 그러자 회사 선배는 갑자기 큰 리액션으로 반응을 해줬다. 






그 이후, 누가 주말에 뭐했냐고 물으면 "집에 있었어요"라고는 하지 않게 되었다. 집에만 있으면 왠지 할 일 없는 게으른 사람처럼 비치는 것 같았다. 






얼마 전, 회사에서 남미의 한 업체와 화상통화를 할 때였다.  나도 모르게 "주말에 뭐 했어요" 하고 물어보게 되었다.  솔직히 이 사람이 주말에 뭐 했는지 정말 궁금했던 건 아니었다. 처음 만나는 업체였고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꺼낸 말일 뿐이었다. 


나의 질문에 이 사람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집에서 가족하고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이렇게 말하는 직원의 모습은 솔직하고 당당해 보였다. 에둘러 어디에 갔고 뭘 했다고 설명하려고 애쓰지 않는 그 모습이 좋아 보였다. 

 

그래 맞아, 일주일 동안 일했으면 주말에는 쉬는 게 맞지.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몇 년 전, 주말에 나보고 뭘 했냐고 물었던 회사 선배가 생각났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주말에 집에만 있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게 되었다. 여전히 특별한 일이 없는 주말을 보내고 있지만 조용히 흘러가는 이 시간이 더없이 특별하다. 


앞으로 뭘 하며 살지? 이런저런 고민만 하다 주말이 지나가버릴 때가 많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이 흐른 것 같아 허탈하고 여전히 나는 제자리걸음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티브이를 보고, 집밥을 해 먹고 산책하는 시간은 여전히 소중하다. 


이런 순간이 있어야 다시 나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 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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