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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Oct 17. 2021

외국어를 매일 쓰는 직장에 다닙니다

아침에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노트북을 켰다. 


메일함은 해외업체에서 보낸 이메일로 꽉 차 있었다. 잽싸게 마우스를 클릭하며 내용을 확인했다. 


시차 때문에 메일의 대부분은 전날 밤과 새벽에 도착 해 있었고 대부분 영어와 스페인어로 쓰여 있다. 







회사 가기 너무 싫었던 날, 일이 너무 하기 싫은 날, 어쨌거나 출근은 해야 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내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후 "대출"을 알아보다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그 사실에 안도가 되었다.


어떻게 해서든 더 남아 있을 방법을 궁리해야 했다. 


이곳에서 "월급"외에 가져갈 수 있는 제일 큰 이득은 무엇일까? 


출근하기 싫었던 어느 날, 작정하고 그 이유를 찾아보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바로 "외국어"였다. 








메일의 대부분은 처리해야 할 "업무"이다. 


메일을 보내기 전, 상대방이 원하는 내용을 잘 알아보게 정리했는지 몇 번의 확인을 거친다. 모르는 단어는 네이버에 검색하기도 하고 구글로 문법이 맞는지도 꼼꼼히 체크한다. 


이제는 익숙한 표현들을 어떻게 하면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일은 살짝 즐겁게 느껴지기도 하다. 원하는 문장을 다 작성했을 때는 오묘한 짜릿함이 몰려온다. 



메일을 쓸 때만큼은 내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순간이다.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요원이 느끼는 그 희열감을 나의 경우 메일 발송 버튼을 딱 눌렀을 때 느낀다. 






남들보다 부지런하지는 않지만 아직까지도 언어 공부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외국어를 매일 써야 하는 직장에 다녔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돈 받으면서 공짜로 외국어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회사였다. 


다시 출근할 이유를 드디어 찾게 되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조금이라도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그것을 배워나가며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연습장소"로 바라본다면 어떨까?


메일을 많이 써야 하는곳인다면 글쓰기 실력을 늘리는 장으로, 숫자를 많이 다뤄야 한다면

감각을 키우는 연습장소로 회사를 바라보는 나의 "인식"을 바꿔보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전환한다면 가기 싫더라도 회사를 견딜 수 있는 또 하나의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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