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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Nov 05. 2021

계절의 변화

길을 건너려고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길을 건너면 왼쪽으로는 지하철역이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강변길로 향한다.  


어디로 가지? 망설이고 있는데 신호등이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이 갑자기 우르르 길을 건너는 바람에 나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횡단보도 끝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갈팡질팡했다. 왼쪽으로 가야 할지 아니면 오른쪽으로 가야 할지. 


그런데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뭔가 아쉬웠지만 걷기에는 너무 추운 날씨였다. 


퇴근하면서 겉옷 안에 패당 조끼를 껴입었는데 안 입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덜컹대는 지하철 안에서 지난여름, 퇴근하면서 걷던 강변길이 계속 생각났다. 


강변길에 들어서면 선선한 강바람이 제일 먼저 나를 맞았었다. 


방금 전까지 복잡했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기분이 금세 좋아졌었다. 


돌아보니 그 길 덕분에 꿋꿋하게 여름을 잘 보낼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 추운 날씨 때문에 계속 지하철만 타고 다니고 있다. 


어둑어둑한 날씨에 걷는 게 싫었다. 


여기저기 길가에 떨어진 낙엽을 볼 때마다 여름날에 걷던 그 길이 생각났다. 


그곳에도 낙엽이 떨어져 있을까, 가을이 와 있을까? 


더 쌀쌀해지기 전에, 찬바람이 몰아치기 전에, 그리고 갈 수 있을 때 다시 찾아가 봐야겠다. 


그리고 말해주고 싶다. 


지난여름, 나와 함께 해주어 고마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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