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리 Nov 30. 2021

내 감정을 잘 돌봐주고 싶은 날


집을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내 삶에 어떤 "목적"이 생겼었다. 내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그 꿈.


빨리 나도 내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 부동산 관련 책을 읽었고 또 퇴근 후 졸린 눈을 비벼가며 공부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 이렇게 열심히 살았던 적이 있던가...


그렇게 몇 주 동안 주말마다 집을 보러 다녔다.


오랜만에 나 자신이 깨어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내 소유의 "집"을 계약했을 때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아, 드디어 내 집이 생겼구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뭔가 해냈다는 기분이 마구마구 솟구쳤다.








몇 번이나 그만둘까, 아니면 이직을 해야 하나 고민하며 다녔던 회사였는데 꾹 참고 계속 다니길 정말 잘했다 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대출금을 갚으려면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기에.  



한동안 내 삶이 참 활기차다 싶었는데 다시 마음이 다시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또다시 회사 밖 인생을 갈구하고 있다. 예전보다는 회사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지만 그래도 회사는 여전히 회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며 다녀야 하는지 머릿속이 참 복잡하다.



그래, 인생은 역시 하루라도 편할 날이 없구나. 언젠가부터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좋은 일이 생기면 기쁜 건 잠시 뿐, 곧 기대하지 않았던 힘든 일이 생겨서 날 또 괴롭히겠지?라고 생각하는 나를 발견했다.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특히 오늘 같은 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도 혼자 크게 상처 받고, 상심해하고 또 나는 능력 미달자인가? 같은 자기 혐오감에 빠져 내 감정을 스스로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내 감정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는 때가 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나를 이겨보려고, 이런 감정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아무렇지 않은 듯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평소였으면 집에 도착하자마자 뜨거운 물에 샤워부터 하고 잠옷을 갈아입은 후 뜨끈뜨끈한 전기장판에 몸을 맡겼을 때 텐데 오늘은 퇴근 후 옷도 갈아입지 않고 멍하니 혼자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한동안 잊고 있던 "퇴사"라는 단어를 다시 꺼내어 유튜브에 검색을 해서 봤지만 사실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멍한 상태로 있다가, 글이 쓰고 싶어졌다.  어딘가에 이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고 싶었다.







글을 쓰다 보니 내 마음이 많이 지쳐있는 상태라는 걸 보게 되었다.


그걸 알고 나자 온몸을 감싸고 있던 긴장이 조금 풀리기 시작했다.


글쓰기를 통해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볼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계절의 변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