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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 여정기
엄마 찬스를 써야 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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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Nov 13. 2021
아침을 먹으라는 엄마의 소리에 천근만근이 되어버린 몸을 억지로 일으켜 방에서 나왔다.
주말이면 언제나 그렇듯 부모님 댁으로 왔다. 어제도 집 계약을 한 후 엄마를 따라 본가로 왔다.
위경련이 나서 힘들어했던 엄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코스트코에서 사 온 크루아상으로 샌드위치를 해 줄까, 하고 물어보셨다. 평소였으면 좋아서 방방 뛰었을 텐데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졌다.
계약한 집 사진을 찍지 않아서 머릿속이 찜찜한 상태였다. 무슨 용기로 덜컥 집을 계약했을까?
과연 내가 잘 한 선택을 한 걸까, 온갖 걱정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내 표정이 너무 안 좋자 엄마가 왜 그러냐고 물으셨다.
식탁에 앉자마자 어제 계약한 집 때문에 그렇다고 하자 엄마가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엄마는 집을 잘 고른 것 같다고 하셨다.
지하철역이랑 가깝고 무엇보다 직장이랑 가까우니 괜찮다고 하셨다. 평생 살 집도 아니고 나중에 또 이사를 가면 된다고 하셨다.
아, 그렇지. 죽을 때까지 그 집에서 계속 살아야 되는 건 아니었지, 참.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그동안 봐왔던 보금자리론 대출을 신청하기 위해 노트북을 켰다.
한국 주택금융공사 사이트에 들어가자 홈페이지 화면 상단에 "11월 1일부터 보금자리론 금리 0.1% 인상"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무슨 말이지?
검색을 하고 찾아보니 말 그대로 금리가 오른다는 얘기였다. 11월 1일은 바로 내일이었다.
보금자리론 대출신청을 할 때 잔금일을 적는란이 있었다.
잔금일은 대출이 실행되는 날짜와 같아야 하는데 대출신청은 적어도 실행일 70일 전에만 가능했다. 금리가 오르기 전인 마지막 날인 10월 31일에 신청을 하면 잔금일은 적어도 70일이 되는 1월 10일 전으로 되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가 사인한 계약서는 잔금일이 2월 10일로 되어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돈을 아끼려면 금리가 오르기 전인 10월 31일에 대출신청을 완료해야 했다.
엄마는 1월 5일로 잔금일을 당기고 이사는 2월 10일에 하는 걸로 집주인과 상의를 하는 게 낫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물어보기가 겁이 났다.
지금은 머릿속이 정리가 되어 그때의 상황을 적어 내려갈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잔금일, 대출실행일 같은 말들이 낯설고 복잡하게만 느껴졌다.
결국 엄마가 대신 통화를 해주기로 했다.
엄마가 집주인과 통화를 하는 동안 수화기 너머로 집주인의 퉁명스럽고 딱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만약 집주인이 거절을 하면 어떡하지?
대출 때문에 그렇다고 엄마가 자초지종을 설명을 하고 사정을 하자 결국 매도인이 알겠다고 했다.
월요일에 만나서 계약서를 다시 쓰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 날따라 엄마가 참 대담하고 멋져 보였다.
그날 이후, 엄마 찬스를 계속 쓰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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