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열심히 다녀야 할 동기부여가 생기다니

by 마리

"LTV가 70% 나서 얼마짜리 집을 사면 얼마를 대출받을 수가 있어"


"DSR 이 어쩌고 저쩌고 DTI가 어쩌고 저쩌고"


엄마랑 동생이 나누는 대화를 그냥 듣고만 있었다.


엄마가 "LTV가 뭐야?" 하고 물어보자 동생이 설명을 해줬다. 옆에서 동생이 하는 말을 듣는데 잘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둘의 대화에 전혀 낄 수가 없었다.







네이버 검색창에 "LTV, DSR, DTI"을 쳐보았다.


순식간에 "LTV, DSR, DTI 용어 한 번에 정리하기" "부동산 용어 LTV, DSR, DTI 쉽게 정리" 등 관련된 블로그와 뉴스가 떴다.


음, LTV는 주택 가격의 70%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구나.


이제야 이 외계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시작은 동생이었다.


얼마 전 갭 투자를 한 동생은 누나에게 월세를 내고 사느니 차라리 대출을 받아서 집을 알아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그냥 흘려듣기만 했다.


대출은 무서웠고 내 집 마련은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구해줘 홈즈 같은 프로그램을 볼 때마자, 전세 가격이 몇억씩이나 하는 걸 볼 때마다, 도대체 저런 집은 누가 들어가 사는 거지? 혼자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대출"이라는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는 걸 전혀 생각 못하고 있었다.






월말에 월급이 통장에 입금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지출 계획을 잡았었다.


다음 달에는 얼마까지만 쓰고 통장 잔액은 이 정도로 높여야지. 그러면 신기하게도 정말 딱 생각한 만큼만 쓰게 되었다. 한 달 카드값이 빠져나가고 월말에 통장에 남은 잔액을 볼 때, 계획했던 만큼 돈이 모였을 때 그렇게 뿌듯할 수 없었다. 퇴근 후, 눈을 질끈 감고 편의점을 그냥 지나쳤고, 점심때는 사 먹는 커피 대신 산책을 선택했다.


전 직장에서 "우리 커피 값 아껴요~"라고 말했을 때 동의를 해 준 동료가 있어 다행이었고 최근에 같이 산책을 함께 가는 동료는 커피를 안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회사는 다니기 싫고 힘들었지만 "돈"은 모아야 했고 모으고 싶었다.


"돈"때문에 버텨야 했고 버틸 수 있었다.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참아가며 월말에 다시 찍힌 계좌의 숫자가 바뀌었을 때 묘한 성취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중간에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생기는 경우도 간혹 생기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이렇게 돈을 모으고 또 모았지만 티브이에서 몇억씩이나 하는 집을 볼 때마다 도대체 저런 집은 누가 사는지 궁금했다. 다들 뭐하면서 돈을 버는 거지?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산다는 걸 왜 몰랐을까.


집을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몇 년 전에 비해, 아니 몇 개월 전 비해 몇억씩 훌쩍 뛴 시세를 보면서

아등바등 아끼고만 살아온 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외면하고 회피하기만 했던 "경제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막상 대출을 받으려고 보니 몇 번이나 그만둘까 고민하면서 다니고 있던 회사가 그렇게 든든할 수 없었다.


지금 직장에 소속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집을 마련할 생각도, 대출을 받을 계획도 못 세웠을 텐데.


대출 덕분에 회사를 다시 열심히 다녀야 할 이유가 생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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