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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 여정기
내 통장에게 굿바이 인사를 하던 날
by
마리
Nov 16. 2021
부동산에서 계약서에 사인을 하던 날, 그 자리에서 바로 집주인에게 500만 원을 계약금으로 이체했다.
그리고 월요일에 계약금의 추가금액을 입금하려고 이체 버튼을 누르는데 손이 부르르 떨렸다.
몇 년 동안 통장에 고이 모셔놓고 있던, 나 혼자 훔쳐보며 나 자신의 일부처럼 느꼈던 돈이 다른 사람의 계좌로 넘어가다니, 집을 사는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건데도 누군가에게 이별을 고하는 것처럼 기분이 씁쓸했다.
"통장에 현금을 보유하지 말라"
재테크 책을 읽으면서 통장에 모아 둔 내 돈이 생각났다.
누군가에게는 얼마 되지 않는 액수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벌 수 있는 능력 내에서 최대한 아끼고 또 아껴 모은 돈이었다.
그런데 통장에 돈을 보관하지 말라니. 누군가에게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플레이션 때문에 현금의 가치가 떨어지니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저렴이 화장품 세일 기간에 매장에 가서 바구니에 여러 화장품을 가득 담았었다. 신나게 알뜰 소비를 했던 몇 년 전과 달리 얼마 전부터는 이마저도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버는 돈에 비해 물가가 계속 올라서 오천 원, 만원의 가치가 이전과 많이 달랐다.
열심히 모으면서 살았던 지난날들이 한순간 헛되게 되어버릴까 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전 직장동료가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고 했다. 집을 사는 건 먼 미래에나 가능한 줄 알았는데 또 한 번 머리가 띵했다.
나도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충동이 거세게 왔다.
당장 "호갱 노노"라는 사이트를 통해 집값을 알아보면서 또다시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고 말았다.
서울에는 내가 모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집이 없었다.
대출을 받아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충격과 함께 갑자기 마음이 암담했다.
조금만 일찍 투자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조금만 일찍 집을 샀더라면 가능했을 텐데.
어느새 나는 껄무새가 되어 있었다. 껄무새는 조금만 일찍 ~를 할걸, 살길을 반복하는 개인투자자를 일컫는 신조어라고 한다. 앵무새처럼 같은 말, "~할걸"을 반복한다고 해서.
하지만 지금 후회해도 변하는 건 없었다.
현재 조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대출을 끼고 통장의 돈을 합해 얼마 정도의 집을 살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한 달 대출 상환금은 얼마 정도가 적절한지를 계산해보았다. 그러자 살 수 있는 집 가격의 최대 마지노선이 얼추 정해졌다.
그리고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에 있는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살짝 희망이 보였다.
이번에 집 계약을 하면서, 통장의 돈은 그 위력을
발휘했다.
현재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돈으로 집주인에게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바로 이체가 가능했다
그동안 아끼고 또
아껴모은 돈이
"시드머니"
가 되어있었다.
결국 통장에 돈을 모아두지 말라는 말은 어느 정도 돈이 모인 이후를
뜻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집을 사면서 통장을 탈탈 털었다.
내 계좌잔고는 비게 되었지만 결국 우리는 "좋은 안녕"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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