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연락하는게 두려운 초보

by 마리

"안녕하세요, 네이버 부동산 보고 연락드리는데요... oo 아파트 oo 평짜리 나온 거 혹시 이번 주 토요일에 볼 수 있을까요?"


이제야 부동산과 통화를 하는 게 조금은 자연스러워졌다.


어색함을 벗고 이렇게 전화를 하기까지 세상에나 몇 주나 걸렸다.







제일 처음 집을 보러 간 곳은 회사 근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였다.


퇴근길에 강변을 따라 걸으면서 멀리서 많이 봤던 곳이었는데 동생이 언제 찾았는지 알려줬다. 그리고 부동산에 연락해서 약속을 잡으라고 했다.


마음이 항상 복잡하기만 했던 퇴근길 어서 아파트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이제야 빼곡히 서있는 빛바랜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동생이 아파트 단지와 가격을 적어서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헉, 저 건물이 이 금액이라고?





아파트를 보러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높은 집값에 화들짝 놀랐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연습 삼아 둘러만 보기로 했다.


연락처를 찾기 위해 호갱 노노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아파트의 동호수가 안보였다.


계속 헤매다 동생에게 물어보니 매물은 "네이버 부동산"에서만 볼 수 있다고 했다.


"아, 그렇구나..."






인터넷 창에 "네이버 부동산"이라고 다시 쳐보았다. 아파트 이름을 검색하니 내가 찾던 아파트의 매매정보가 나왔다.


클릭을 하고 들어가자 페이지 맨 밑에 부동산 이름과 중개인 이름, 그리고 전화번호가 보였다. 그리고 핸드폰 화면 아래에 왼쪽에 전화상담, 오른쪽에는 문자상담이라는 파란색이 버튼이 떴다.


전화를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부동산 중개인과 통화를 해야 한다는 게 덜컥 겁이 났다.


태어나서 부동산에 전화하는 건 처음이었다.


전화했다가 중개인이 내가 모르는 외계어를 줄줄 쏟아내면 어떡하지? 혹시라도 대답을 잘 못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부동산 초짜라고 무시하면 어떡하지? 혹시라도 날 속인다면? 온갖 추측과 걱정이 앞섰다.







핸드폰을 꼼지락꼼지락 만지다가 전화 걸기 대신 "문자상담" 버튼을 꾹 눌렀다. 이 버튼을 누르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했다.


버튼을 누르자마자 화면이 핸드폰 문자로 이동했다.


"네이버 부동산에서 매물 번호 ooo 보고 연락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자동 완성되어 문자 작성란에 떴다. 가만있어봐, 이 문자를 그냥 보내면 되는 건가? 따로 내가 작성을 안 해도 되는 걸까? 원래 네이버 부동산 시스템은 이렇게 돌아가는 건가...?


버튼을 눌러야 되나 말아야 하나 한 10초 고민하다가 꾹 눌러버렸다.


전화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문자 자동완성 기능이 있다니, 나의 고민이 단번에 날아가버렸다. 집을 알아보는 사람이 문자로 연락하는 것조차 고민하지 않도록 AI 가 편리한 기능을 만들어놓았을 줄이야.


하지만 로봇같이 딱딱한 이 문자만 보내기에는 너무 성의가 없는 것 같았다. 자동완성 문자를 보낸 뒤 바로


"혹시 월요일에 방 볼 수 있을까요"라고 똑딱똑딱 적어 보내보았다.


그러자 5분 뒤, 부동산에서 바로 회신이 왔다.


"네 가능합니다"


혹시라도 중개인이 내가 보낸 문자를 받고 바로 나에게 전화를 하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전화는 오지 않았다.


음 시간은 내가 정하면 되는 걸까?


"혹시 오후 2시 괜찮을까요?" 다시 문자를 보내자 또 바로 답이 왔다.


"4시쯤 볼 수 있습니다"


내가 보낸 자동완성 문자가 너무 딱딱할까 봐 걱정했는데 부동산의 단답형 대답에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결국 오후 4시에 보러 갈 아파트 동 앞에서 보기로 약속을 하고 문자 대화를 마쳤다.


부동산 매물을 보러 약속을 잡는 일은 예상외로 너무 간단했다.


이후 몇 번의 문자연습 이후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하면서 다행히 "전화"를 걸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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